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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수행으로 신해행증 삶 결실 따뜻한 인술 펼치는 사랑의 호스피스

커버스토리 전주늘사랑요양병원 이동호 대표원장 | 2015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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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늘사랑요양병원 이동호 대표원장은 전문적 식견과 덕망을 갖춘 의료인으로서, 그간 인적·지적 자산의 사회적 환원을 강조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온 인물이다. 심장전문의인 이 원장은 대학교수로서 후학양성에 기여했으며, 전북도립의료원장 재임 시 도립의료원을 의대부속병원으로 장기 무상 대여한다는 조건재시를 통해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이 신설 될 수 있도록 중추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이동호내과의원을 개원해 무의촌 의료봉사 등 지역 의료발전에 공헌해왔다. 더불어 수행자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봉사와 나눔에 앞장섰고, 노인대학, 노인복지시설, 종교단체의 태극권 보급과 웰빙, 웰다잉운동을 통한 노인건강증진사업의 가교역할을 담당했다. 아울러 진료와 교육을 겸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온 이 원장은 지난해 전주늘사랑요양병원 대표원장직을 맡아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배웅하며, 돌봄 수행을 통해 신해행증 삶의 결실을 맺고 있다.   

전주늘사랑요양병원의 미션은 사랑으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행복한 병원이다. 의학·한의학 협진 치료 및 운동 처방치료를 중점으로 만성요양환자들의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내 부모처럼 섬기며, 정성과 노력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제게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처음 이곳에 몸담아 회진을 할 때마다 인생이 무엇인가,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인생행로는 무엇인가에 대한 실존문제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찍이 19세 때부터 생사는 내 인생의 화두였고, 스스로 달관했다고 자신했으나, 정작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3개월간을 혼란스러웠습니다.”
환자들의 편에 서고,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옳은 역할은 무엇인지 자문을 거듭한 그는 한동안 답을 찾지 못해 고통스러웠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 받는 어르신들과 현실적 문제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머리를 짓누르는 아픔을 느꼈다. 가족에게조차 외면 받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이 시대 생명경시풍조에 회의감이 들어, 어느 순간 포기할까를 수없이 생각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된 분들,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야 
무거운 책임의식 속에서 방황하던 이 원장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전쟁의 참상과 사회 혼란 속에서 보릿고개를 넘어온 분들이 동물적 생의 의욕과 가족을 위해 죽지 못해 고통 받으면서 삶을 일궈 지금의 대한민국을 융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땀과 피 없이는 우리도 존재하지 못했을 터. 국가 존립, 문명의 주역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죠. ‘국가유공자’ 같은 분들의 노고를 잊고, 사회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는 존재로 외면 받고, 버림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일. 그분들의 천명이 다할 때까지 가족이 하지 못하면, 사회와 국가가 대신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원장은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따뜻하게 보살피고, 편안하고 고통 없이 눈 감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무겁게 짓눌렸던 가슴이 평안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환자들의 가족과 친구가 되어 따뜻한 위로 
“이곳에 오면 저는 배우가 됩니다. 부모, 형제, 자매, 친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죠.”
환자들과 만나면 등을 어루만지고, 포옹하고, 손을 잡아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애인과 친구가 된다는 이동호 원장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을 갖는 법.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실이 담긴 눈빛으로 대하는 이 원장은 인간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원내 감성치료를 통해 거동을 포기한 환자가 침상에서 일어나 혼자 걷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갑갑한 침상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인도한 것이죠.”
요양병원에 온 후로 그 자신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진찰과 약 처방으로 환자들을 진료했다면, 이제는 청진기를 뒤로하고, 소통과 스킨십을 처방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 자신도 잊고, 24시간 환자에게 집중했던 인턴시절의 열정으로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굳어진 감성을 높아지게 하는지 연구에 골몰하는 이동호 원장. 원내 영화치료·미술치료·음악치료 등으로 감성을 찾고, 효과적으로 변화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앞으로 체험사례를 통해 병원 홍보를 하고, 도내 요양병원 경영자 모임을 결성해 상호의견을 공유하면서 병원 발전을 도모할 계획임을 밝혔다.  

존재의 의문으로 불교에 귀의, 수행자의 삶 이어와 
또한 이동호 원장은 60여 년 전 현공묵암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세속에 발을 담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수행하고 정진하면서 마음자리를 찾고 있다. 사단법인 원각회 이사장으로, 조계종 전법사로, 조계종 중앙신도회 고문으로, 또 전북불교네트워크 이사 소임을 맡으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다. 19세 때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죽음을 생각하면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존재인가’의 화두로 답을 찾아다녔다. 초기 서양철학, 종교계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시원한 답을 찾지 못했고, 거듭된 실패에 좌절했다. 그러다가 동광사(東光寺) 절을 찾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호기심으로 찾은 동광사에서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도인을 보게 됐다는 그는 묵암스님과의 첫 대면을 인상적으로 기억했다. 
“당시 상에 오른 묵암 스님은 누구에게나 자성(自性)이 있고, 이 자성을 찾는 것이 속박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도리이자 번뇌망상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했습니다. 또 본래의 자신과 영원불멸의 자신을 보지 못하면 한 세상 허깨비로 살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광명이 비추는 듯 환해졌다는 이 원장은 단 1시간의 법문에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동안 품고 있던 혼돈은 잘못된 문제 제기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되고 묵암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찾는 공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과 마음, 의식에 온전히 담아내는 공부, 그것은 이번 생을 모두 걸어볼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그는 공부의 시간을 더하면서 출가의 마음도 간절했으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출가의 뜻을 펼치지 못했다. 하산을 하면서부터는 각오가 달라졌다. 출가에 연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재가에서 일을 마쳐야 겠다고 결심, 의료인으로서 충실히 학업과 의술에 전념했다. 이동호 원장은 내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호흡기.결핵과 전문의, 심장내과 분과전문의, 소화기내시경 분과문의, 방사성동의원소(핵의학) 특수취급자 자격, 미국흉부의학회(ACCP) 자격 등을 취득했으며 전북도립의료원장,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직, 인상학원·인상고등학교 이사장, 한국동양학연구원 원장, 전북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서울가무악예술단 이사장, 대한태극권연맹 총재, 국민생활체육 전국우슈연합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그의 일과는 청년시절과 변함없다. 낮에는 진료하고, 진료가 끝나면 촌음을 아껴 책을 보고 좌선한다. 뿐만 아니라, ‘묵암 스님 일대기’ 집필과 만해 스님의 ‘불교대전’ 및 묵암 스님의 ‘불교대성전’ 개정, ‘한글 불교대성전’ 편찬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신해행증(信解行證)의 삶을 강조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 진리를 알고자 노력하며, 배운 바를 실천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삶을 산다면 절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른 소신과 끝없는 열정으로 대한민국 의료계의 위상을 드높이는 이동호 원장. 그의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도 수행자로서, 따뜻한 인술을 펼치는 의료인으로서 고통 받는 환자들의 환한 빛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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