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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속에서 자득을 추구하여 청곡(靑谷)의 서예 미학을 구축하다

커버스토리 청곡 김춘자 작가 | 2015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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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예부터 내려오던 서예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서예는 변화의 잔잔한 바람을 타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하였고 단순히 글을 예쁘게 쓰는 차원이 아니라 회화적인 감성까지 담아 사람들의 마음마저 표현하며 현대적인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최근 서예는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는 3년 여 간 서총과 예술의전당 그리고 사계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발의된 것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119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하여 이루어낸 쾌거다. 이와 함께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위해 1개월간 약 10만 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하여 서예의 진흥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드디어 관련 법률이 발의되어 서예와 문자문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한국 서예가 재도약할 수 있게 된 현 시점에서 청곡(靑谷) 김춘자 작가의 활약을 짚어볼 수밖에 없다. 김춘자 작가는 서단의 중견으로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문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의미 있는 서예작품을 내놓으며 감상자와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현대 미학을 추구하는 김춘자 작가의 태도는 많은 서예인의 본보기가 되었고, 한국 서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학문과 예술을 겸비한 서예가는 흔치 않다. 실기에 뛰어난 자는 학문을 소홀히 하고, 이론에 박식한 자는 실기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곡 김춘자 작가는 이 시대에 몇 안 되는 작가 겸 박사이다. 
그의 아호 청곡(靑谷)은 푸른 계곡이란 뜻으로 맑음이 지극하면 푸른색이 되고, 산은 높고 계곡은 얕기 때문에 겸손하게 생을 향유하는 김춘자 작가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항상 낮은 곳에 겸손함을 두는 자세는 오히려 청곡을 승승장구하게 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교 철학과 동양 미학을 공부한 철학박사인 김춘자 작가는 쉼없는 노력으로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뿐만 아니라 성균관대학교 서예전문과정 강사를 역임하였고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운영위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을 두루 지내며 지덕을 겸비한 진정한 서예가로 인정받았다.

청곡(靑谷)이 지향하는 창작세계    
청곡 김춘자 작가는 평소 전서를 즐겨 쓰면서 서예의 원형과 본질에 대한 학습을 충실히 해온 서예가이다. 특히 전서나 초서에 매진하는 여성이 드물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첫 개인전은 2008년에 인사동 라메르에서 열었습니다. 제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글씨는 맑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글씨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사람을 담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맑아야만 맑은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점에 주안점을 두고 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자유롭게 글씨에 흥을 담아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감상자도 저의 작품을 통해 감흥을 느끼게 되겠죠. 저는 감상자가 작품으로 하여금 흥을 느낄 수 있는 동적인 작품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청곡 김춘자 작가의 서예는 충실한 전통 속에서 자득을 추구한다. 김춘자 작가의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주요 학습대상인 서체를 통해 추구하는 조형미이며, 다른 하나는 조형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서예관이다. 조형미는 청곡이 지향하는 창작세계이며, 서예관은 학문적으로 지향하는 철학이 창작세계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이다. 청곡 김춘자 작가는 정형화된 예·해·행서 보다는 표현이 자유로운 전서와 초서를 선호하고 있다. 즉, 제약이 많은 예서나 해서가 아닌 진정을 담아내기에 표현이 자유로운 전서와 초서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그동안 발표한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었고, 더 나아가 청곡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전통의 길을 가되, 현대성을 모색해야
“전통 서예는 전통 서예대로 보존되어야 하지만, 현대적 미감이 가미된 작품이 감상자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즉 현대 서예는 양측면이 두루 있어야 합니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진 조화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작을 낳는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모방을 해야 하는 과정은 어느 예술에서나 가장 기본이 됩니다. 그 기본기를 잘 익힌 다음에는 개성을 발휘하여 작가가 지향하는 지점을 표현해야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러한 시대일수록 전통은 더 소중하게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의 길을 가되, 현대성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노력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청곡 김춘자 작가는 이 한자성어를 좌우명으로 삼아 어떤 장애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여 지금에 다다른 것이라 여긴다. 김춘자 작가는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수묵산수화와 한시 공부를 꾸준히 하여 직접 지은 한시문장으로 서예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이제 김춘자 작가의 서예인생은 40여 년이 넘어섰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필묵과 함께 보낸 청곡은 서예를 통해 진솔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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