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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라이밍을 평정한 작은 거인 전 세계에 빛나는 암벽 위의 발레리나

암벽등반선수 김자인 | 2015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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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부는 클라이밍 바람이 심상찮다. 웰빙 시대가 찾아와 다이어트에 좋고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어 일반인에게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 암벽등반의 이러한 인기는 세계를 평정한 ‘암벽 여제’ 김자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김자인 선수는 가녀린 몸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대회마저 석권했다. 이제 김자인이 여성 클라이밍 부문의 세계 No.1이란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자인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10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락 마스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IFSC 클라이밍 월드컵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특히 그해 김자인은 클라이밍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로 리드와 볼더링 양대 종목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내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처럼 월드컵 및 세계선수권에서 승전보를 전해준 그녀는 빌더링(빌딩을 비롯한 인공 건물 등반)과 각종 CF 출연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대회인 세계선수권 리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저는 ‘꼭 세계 1등이 돼야지, 탑 랭커가 돼야지’하는 목표를 향해 온 건 아니에요. 월드컵 처음 출전했을 때가 2004년이었는데 그때 세계 탑 랭커들의 압도적인 기량에 놀랐어요. 솔직히 아직도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2004년 첫 월드컵 때 41등으로 시작해서 정말 천천히 쭉 올라왔던 것 같은데, 중간에 부상도 기복도 있었지만 제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했던 것이 쌓이고 쌓여 지금 위치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자인은 작년 9월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리드 결승에서 완등에 성공했다. 남녀 선수 통틀어 유일하게 가장 높은 홀드(인공 암벽에 붙은 물체)를 잡은 그는 한국 클라이밍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로써 김자인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부문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아선수권대회 통산 10승과 더불어 월드컵 세계랭킹 1위 동시 석권까지 달성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김자인의 시대가 열린 것.  
이러한 쾌거는 시련을 이겨낸 뒤에 일군 것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2013년 4월 프랑스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예선. 네 번째 볼더링 문제를 풀고 내려온 김자인이 멈칫했다. “매트에 내려서는 순간 ‘뚝’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검사를 받아보니 오른쪽 다리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더라고요. ‘곧바로 수술하자’고 하는데, 7월에 있는 리드 시즌이 아른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재활을 선택했죠. 그리고 이후 석 달을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인공암벽을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5개월 뒤 스페인에서 열린 2014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2년 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김자인의 이전 성적은 3회 연속 준우승. 이날 경쟁자들은 모두 48번째 홀드에서 멈춰섰다. 전부 48번째 고비를 넘지 못한 것. 
김자인은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맨 마지막 순서로 경기에 나섰다. 거침없이 48번째 홀드를 잡아내고 내친김에 마지막 홀드까지 잡아 참가선수 중 유일하게 완등을 하였다. 그녀는 눈물을 쏟아냈고, 마침내 선수생활의 숙원을 풀게 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다.
이렇듯 경기적인 성과 외에도 그녀는 IFSC 선수위원에도 선출되는 기쁨을 맛봤다. 세부 종목 당 4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되는 IFSC 선수위원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수위원의 절반을 새로 선출한다. 
이 선거는 히혼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기간에 진행되었고, 선수 위원 후보로 등록을 마친 그녀는 당당히 선출되었다. 김자인은 아시아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유일하게 선수위원으로 임명됐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위원 후보에 출마한 그녀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친화력을 갖춰 동료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김자인은 11월 14~16일 슬로베니아 크란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7차 대회에 출전한다.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이며 출전 종목은 리드다. 그녀는 2,5,6차 월드컵에서 우승, 종합점수 434점으로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리드 1위는 미나 마르코비치(28·슬로베니아·467점)다. 33점 차는 마지막 경기에서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김자인은 “랭킹을 의식하기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고 목표를 정복한다는 마음으로 경쟁을 즐기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월드컵 랭킹은 리드와 볼더링(Bouldering), 스피드(Speed) 등 스포츠 클라이밍의 세 종목에서 한해 열린 일곱 차례 대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가린다. 1위 100점, 2위 80점, 3위 65점, 4위 55점을 준다. 김자인의 주 종목은 리드다. 높이 15m 정도의 인공암벽을 제한된 시간(8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경기다. 홀드를 손과 발로 딛고 올라 정해진 지점까지 등반한다. 
홀드의 위치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심판진이 정한다. 매 대회마다 난이도가 다르다. 김자인은 올 시즌 이미 충분한 성과를 냈다. 세 종목 점수를 합산하는 종합 순위에서 428점으로 1위를 확정했다.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등산용 밧줄인 자일에서 ‘자’를 따왔고 북한산 인수봉에서 ‘인’을 따와서 ‘자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김자인. 그녀는 출중한 실력으로 클라이밍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4명의 여제가 있다. 박세리, 김연아, 이상화 그리고 한 명 더. ‘암벽 여제’ 김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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