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연대기

헤스케드 피어슨 지음 / 도서출판 뗀데데로 / 25,000원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버나드 쇼 전기가 출간되었다. 그는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거머쥔 유일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영국에 노동당을 있게 한 정치사상가이고, 인기 비평가이자 명 연설가이며, 런던 정경대의 공동 설립자다.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조차 “세상에 적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버나드 쇼의 놀라운 면면을 살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전기다. 쇼의 일대기는 철저히 시간 순으로 나열되기보다 특징적인 단면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서술되었다. 이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쇼를 묘사하기 위한 저자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지은이는 자료의 선별과 배치, 대상과의 유연한 거리 조절, 특유의 문장력으로 전기에 관한 통념을 뛰어넘으며, 작품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조현영 지음 / 도서출판 다른 / 16,500원

지은이는 현재 예술이 일상이 되는 삶을 꿈꾸며 연주와 클래식 특강을 하고 있다. 클래식을 쉽게 전하려는 지은이의 노력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이 책은 먼저 ‘클래식은 어렵다(혹은 낯설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오랜 시간을 이겨낸 것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노력과 방법이 필요한데, 이런 이유로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것도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지은이가 경험한 클래식도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사람’이고 ‘사랑’이며, 한 시대를 대변하는 역사였다.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에서는 일단 클래식을 즐기기로 한다. 클래식이 ‘낯설어서’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익숙한’ 클래식부터 먼저 찾아보는 방식으로 QR코드를 통해 읽고 듣는 클래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한마디에 물들다

김경미 지음 / 책읽는 수요일 / 13,000원

“우리 마을에서는 누구나 악기를 연주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악기가 오래돼서 망가져갑니다. 음악이 없으면 우리도 그렇게 될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볼리비아 띠띠까까호수의 인디언들은 문명의 후원보다 마을의 가장 강력한 수호 도구인 악기를 원했다. 시인 김경미의 ‘그 한마디에 물들다’는 인디언이 그토록 원했던 악기처럼, 우리 영혼의 윤활유가 되는 글이 가득하다. 촌철살인 같은 잠언들,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더불어 지은이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삶과 사랑, 일상과 관계, 그리고 소중한 꿈에 빛을 비춘다. 톨스토이의 지혜, 루이제 린저의 타협 없는 몰입과 자유의지에서 가스통 바슐라르의 용기에 찬 고독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준 한마디에 지은이의 따뜻한 생각이 더해져 감동을 더한다.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

박성우, 신용목 엮음 / 창비 / 10,000원 

창비시선 400번 기념시선집이 나왔다. 박성우, 신용목 시인이 창비시선 301번부터 399번까지 각 시집에서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따라 읽을 수 있는 시 한 편씩을 선정하여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오늘날 한국 시단을 이끌어가고 있는 다양한 시인들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고은, 신경림, 김용택, 도종환, 김사인, 나희덕, 정호승, 문태준 등 각자의 개성과 성취가 뚜렷한 시인들의 절창은 물론 새로운 감각의 젊은 시인을 소개하는 시편을 고루 포진한 것은 이번 시선집의 특징인 동시에 전세대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온 창비시선의 자랑이다. 창비시선의 시집은 그 어떤 시선보다 독자와의 소통을 우선시해왔다. 이번 창비시선에서도 인간을 향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이지 클래식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2,000원

아이튠즈 1위, 클래식 팟캐스트의 국가대표 ‘이지 클래식’이 책으로 나왔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클래식에 막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클래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반 대중들도 많이 접한 영화 OST, CM song, TV프로그램 속 음악으로 먼저 클래식과의 거리를 좁혔으며, 음악가들의 삶과 그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음악 그리고 음악가들의 얽혀있는 흥미로운 관계까지 저자가 팟캐스트 방송하듯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항상 클래식 음악으로 팟캐스트의 문을 열었듯이, 책에도 관련된 클래식 음악의 QR코드를 담아 음악 또는 관련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음악가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음악을 먼저 감상한다면, 이전부터 알았던 음악가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

정계원 지음 / 베프북스 / 14,800원

‘머리를 쓰라’고 말하면서 왜 ‘머리를 쓰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걸까? 기억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기억에 단축키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여태 우리는 구구단을 모르고 수학 문제를 풀어온 사람처럼 미련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평범한 대학생이 한국 최초 국제 기억력 마스터가 되기까지 스스로 훈련하며 터득한 기억법 노하우와 기억력 대회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특히 직접 훈련한 후 한국인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는 기억법들을 소개하고 있어, 그동안 외국 저자의 기억법에 부족함을 느꼈던 갈증을 해결해준다. 지은이는 누구든 머릿속에 수만 가지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내장형 디바이스를 갖고 있으며, 노력을 통해 잠재된 기억력을 깨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