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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엠마 핵 사진전> 사비나미술관 | 2016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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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빌리아와 검은앵무새 Black Cockatoo in Grevillea, 2009.jpg



브릴랜드의 노랑머리 앵무새 Vreeland_s Cockatoo, 2014.jpg

호주출신의 여성 예술가 엠마 핵(Emma Hack)의 사진전이 국내 최초로 7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엠마 핵은 인체를 캔버스 삼아 주변 환경과 일치시키는 이른바 ‘위장술(카무플라주)아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예술가다. 

엠마 핵은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위장술의 아이디어를 자연생태계 및 이를 응용한 패션, 직물디자인에서 가져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10시간 이상의 긴 작업시간을 거쳐 작가가 모델의 몸에 손수 그려낸 카무플라주 아트는 인물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주위 환경과 하나가 되게 하며 최종적으로 사진매체로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나는 항상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호주에서 예술가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메이크업이나 헤어와 같은 미용 분야를 택했고, 10년 이상 패션 편집부에서 일했다. 나는 2001년 세계 바디페인팅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면서 대표적인 바디페인팅 아티스트로 인정받아 세계의 다양한 곳을 방문했다. 2000년대에는 유럽, 캐나다, 두바이, 홍콩을 돌며 티파니, 삼성, 소니 외 다양한 회사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엠마 핵은 호주 전역을 포함한 뉴욕과 영국의 Rebecca Hossack Art Gallery, 홍콩의 The Cat Street Gallery, 대만의 Bluerider Art 그리고 싱가포르, 브뤼셀, 햄튼, 홍콩, 밀라노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기획전을 개최했다. 또한 엠마 핵은 남호주 지역 아티스트 후원을 위해 2014년부터 ‘엠마 핵 아트 프라이즈’를 설립해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18세부터 바디페인팅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엠마 핵은 본격적으로 2005년부터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만드는 카무플라주 아트를 사진작업으로 완성시켰다. 몸을 위장시키는 카무플라주 기법은 작가에 의해 패턴디자이너인 플로렌스 브로드허스트의 디자인과 결합되며 본격적으로 예술가로서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후 브로드허스트가 디자인한 자연적이거나 기하학적인 패턴은 엠마에 의해 모델의 몸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쳐 사진 작품으로 탄생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배경에 인체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스튜디오에 완벽한 조명을 설치한 후 촬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브로드허스트의 패턴을 이용한 작품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엠마 핵의 주요 작품 49점을 선보인다.

“나는 브로드허스트의 디자인에 호주, 영국 그리고 동양적 모티브를 함께 조화시켜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브로드허스트는 몇 년 동안을 중국 상해와 영국에서 살았는데 그녀의 디자인에서 이 지역들로부터 따온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동양적 문양은 나의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월페이퍼의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 더 대담하고 새로운 방식의 사진작품으로 완성되는 엠마의 바디아트는 플로렌스 브로드허스트의 패턴만이 반복되던 기존 월페이퍼 디자인을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브로드허스트의 월페이퍼에는 엠마에 의해 인간의 에너지와 유머 그리고 기발한 발상을 품게 되었다. 엠마는 26년간 회화와 메이크업을 접목한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월페이퍼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인체로 표현 가능한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엠마 핵은 자연과 인물을 의도적으로 그림으로 재결합해 육체와 정신, 영혼과 대상물과의 새로운 결합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물리적 세계와 관념의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2005년 이후 10여 년 간 작가의 작품을 통해 평면과 입체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엿볼 수 있다. 배경과 인물을 일치시켰던 초기의 작업 방식에서 나비와 새, 동물의 등장은 또 다른 시각적 층위를 만든다. 작가는 그림으로 배경과 인물이 일치되게 하고, 그 앞에 동물을 배치시키는데, 결국 사진으로 완성되는 평면과 입체의 결합은 착시를 일으키며 배치된 동물에 의해 보는 이를 더욱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엠마 핵의 작품에는 동양적 정서가 담겨있다. 동양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인간 중심적 자연관을 가지고 있어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려 한 서양에 비해, 동양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등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자연에 동화된 채 정면을 향해있고 는 거울에 반영된 자신을 보듯 두 여인이 마주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호주의 청정 자연이 함께하고 어린 시절부터 관심 있던 동양적인 문양 및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 서정적이고 명상의 분위기를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만다라’의 형태는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궁극적인 완전성,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것의 표상을 뜻한다. 우리는 현재 전쟁과 테러, 기아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시대일수록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연으로서의 인간임을 일깨우며, 인간의 편리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고 오염된 지구의 환경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 회화와 조각 그리고 퍼포먼스와 사진이 하나가 되는 엠마 핵의 전시회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엠마 핵은 위장술로 자연을 해방시키고 있었다. 배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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