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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의 이름으로 한글을 꽃 피우리라

한국캘리그래피협회 유현덕 회장 | 2013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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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캘리그래피협회 유현덕 회장. 그에게는 캘리그라퍼보다 ‘한글 콘텐츠 디렉터’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소리문자로만 배워 온 한글을 그림문자, 나아가 뜻을 담은 의미문자로 승화시킨 그의 캘리그라피는 한글 본연의 뜻을 오롯이 전달하는 힘이 있다. 캘리그라피는 소통이자, 진심이자, 영혼을 담은 글씨여야 한다는 유현덕 회장. 자칫 상업적인 서체로 판단되기 쉬운 캘리그라피는 유현덕 회장에 이르러 온전한 예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코노미뷰가 제567돌 한글날을 맞이해 한국캘리그라피협회 유현덕 회장을 인터뷰했다.
 
캘리론(論)I. 캘리그라피는 진솔한 스토리텔링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작업실. 유현덕 회장을 만난 기자의 첫 질문은 “캘리그라피는 무엇인가”였다.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유현덕 회장으로부터 ‘캘리그라피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캘리그라피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1997년, 광고회사 디자이너로 캘리그라피를 활용하기 시작했던 유현덕 회장은 캘리그라피는 쓰는 이의 몸과 마음이 투영된 거울과 같다고 여긴다. “꽃, 이라는 캘리그라피를 쓴다고 하면 ‘꽃’이라는 캘리를 받아보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 써 내려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날의 ‘꽃’과 고인을 기리는 ‘꽃’, 생일을 축하하는 ‘꽃’의 글씨가 어찌 같을 수 있겠습니까”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한낱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꽃, 바로 그 꽃이라는 한 음절마저도 캘리그라피를 통해 비로소 생명과 의미를 얻게 됨을 뜻하는 말일테다. 캘리그라피에 대한 그의 확신은 강하다. 그 어떤 단어에도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고, 기운이 있음을 은유하는 유현덕 회장. 최근 육필원고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인들의 작품 활동도 이에 다르지 않다. 컴퓨터 키보드로 입력한 텍스트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시어(詩語)들이 시인의 육필로 재현될 때 그 단어에는 시인의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유현덕 회장의 생각이다. “예쁘기만 한 캘리가 아니라  솔직한 진심이 담긴 캘리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림과 사진, 내용에 가장 어울리는 캘리그라피가 되기 위해서는 캘리그라퍼 스스로가 주어진 콘셉트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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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론(論)II. 캘리그라피, 한글답다는 것의 의미
 그러므로, 그의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서체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말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1억명 모두가 한글 캘리그라퍼들입니다. 나의 모든 마음을 담아 쓰는 글씨가 캘리그라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한글날에 즈음한 캘리그라피에 대한 소회 또한 남다를 수 밖에 없다.“무분별한 채팅용어, 국적불명의 용어를 한국어로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한글을 정확히 구사하고 사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잊어버렸던 소통, 감성,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한글 캘리그라피를 통해 복원하려는 그의 노력은 해외에서 극찬을 받아내며 한국 캘리그라피의 저력을 환기시켰다. 지난 2012년 가을과 올해 봄, 이탈리아에서 열린 두 차례의 전시회는 한글 캘리그라피의 아름다움을 유럽 전역에 알리면서 유럽 전역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9월28일부터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2일부터 15일까지 인천광역시 평생학습관 [갤러리 나무]에서 <한글, 꿈 꾸고 바람타고...>라는 캘리그라피 전시회도 열게 된다. 유현덕 회장은 “캘리그라피가 디자인의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 캘리는 가장 독창적인 영역이자 활발한 한류콘텐츠로 승격될 것입니다.”라며 한류문화콘텐츠로서의 캘리그라피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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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론(論)III. 캘리그라피, 세상을 포용하는 서체
그러한 한편에, 유현덕 회장의 캘리론은 그지없이 소박하고 수수하다. “시골 5일 장터에 놓인 ‘파 한 단 천원’을 정성스레 써 내려간 할머니의 ‘파한단천원’이 그 어떤 캘리그라퍼의 글씨보다 훌륭합니다. 파 한 단을 그렇게 실감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거든요.” 자신에게 깃든 글씨에 대한 소리와 느낌, 뜻을 본성까지 파헤쳐 쓰라는 것이다. 글씨에 대해 느끼는 본능을 본능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캘리그라피를 거창하게 내세우는 허위 의식 따위는 애시당초 벗어던지라는 얘기다.“솔직해져야 합니다. 꾸밈 없이!” 거두절미,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표현하라는 순수의 서체, 유현덕 회장에게 캘리그라피란 권위의 틀을 벗고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유현덕 회장은 서울 성북구청, 인천교육청, 인천광역시립학습관은 물론 섬마을 아이들과 청각 장애우들의 쉼터인 청음회관, 편모슬하의 아이들에게도 캘리그라피를 가르친다. 세상을 향한 마음 속 주름을 펴 주는 일, 듣지 못하는 소리를 글씨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일. 그에게 캘리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가다듬어주는 힐링의 도구이자 방법이다. 서울구치소와 청주여자교도소 등에서 재소자들에게 캘리그라피를 전시, 교육했던 유현덕 회장은 법무부로부터 감사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야기가 숨 쉬고 있는 스토리텔링, 마음이 깃든 진심의 글씨, 유현덕 회장으로 인해 캘리그래피는 무한한 가능성을 얻었다. “해외의 캘리그라퍼들이 한국으로 캘리를 배우러오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글캘리그라피를 누구나 접근, 비평, 감상할 수 있도록, 나아가 더 잘 쓸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한글을 향한 즐거운 상상력, 오늘 유현덕 회장의 캘리그라피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찬란히 꽃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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