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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희망을 전하며 비문해자가 없는 세상 만든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 이선재 교장 | 2018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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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17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무교육인 중학교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성인을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지식을 배우는 사람은 더 나아가는 반면 한글도 모르는 사람은 그대로 멈춰있기 때문에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는 빈부격차가 커지는 결과를 야기한다. 배운 사람은 아무래도 소득이 높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결국 무지의 대물림과 빈곤의 대물림을 가져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교장 이선재)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는 비문해자가 없어지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움의 희망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는 저마다의 이유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뒤늦게 배움을 위해 찾는 교육의 터전이다. 취재를 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한 순간 홍보담당 교사가 주차장까지 나와 기다리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해주었다. 무엇보다도 ‘기본’을 강조하는 이선재 교장의 철학을 대번에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성인이 말한 것처럼 이선재 교장은 무려 55년의 세월 동안 이들을 위한 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선재 교장 역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도움을 받은 만큼 이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 1960년 야학을 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성고등공민학교가 1년 치 월세를 내지 못해 건물에서 쫓겨나 노천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봤다.(1963년 9월 11일자 ‘교실 없는 개학’)  이선재 교장은 일성고등공민학교가 피난민의 자녀들을 가르치던 학교라는 걸 듣고 돕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야학에서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와 이곳에 입학시키고, 한의원을 운영하던 지인의 도움으로 그는 어렵게 학교를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1963년 처음 일성고등공민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공부는 재미있게, 학교는 즐겁게, 인생은 행복하게’를 슬로건으로 하면서 양원주부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후 2005년 1월 25일에는 최초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력인정 양원초등학교를 인가받았다.
그가 55년간 배출한 졸업생만 5만 6000명에 달하는 것은 물론 그중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CEO가 된 졸업생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제자도 있다. 이렇듯 이선재 교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적으로 교육 일선에서 늦깎이 학생들의 못 배운 한을 풀어주며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55년의 경험으로 참교육 실시
“일찍부터 성인 여성교육에 앞장 선 우리 학교는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으로 지식정보화 사회를 이끌 주역은 바로 여성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배움의 길이 열려있는 요즘이지만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과 용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배움의 때를 놓친 여성들에게 우리 학교는 5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디 배움의 열차에 동승하셔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과 서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밝고 활기찬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배움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로 살아온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선재 교장은 이곳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진정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그는 한평생 양원초등학교와 양원주부학교 그리고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의 못 다 이룬 행복을 이뤄주고 있다. 꿈에 그리던 학교생활이기 때문일까. 이곳의 분위기는 굉장히 밝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교생활에 참여하며, 일반학교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수업시간 외에 특별활동으로 시낭송반, 합창반, 국악반, 영어회화반, 영어연극반, 한자공부반, 글짓기반, 컴퓨터반, 하모니카반, 웃자동아리, 걷기동아리, 노래교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활짝 꽃피운다.
이렇듯 양질의 학습과 학교생활이 이어지면서 양원주부학교는 학력인정 평생교육프로그램이수를 통해서 초등과정, 중학과정의 학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또한 검정고시를 통해서 대학진학의 꿈을 이루고 있다.  양원초등학교는 4년,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2년 만에 교과과정을 마치고 있다. 단순히 빠른 졸업만이 장점이 아니다. 실제로 학습효과도 뛰어나 일성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무려 12년째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진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비문해자 위한 국가지원 강화해야
교육부가 발표한 올해 교육예산은 68조다. 이는 전년 대비 10.7%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평생교육에 대한 예산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데 있다. “앞으로 평생학습사회로 나아가야합니다. 예전에는 한 번 배운 것을 가지고 평생을 써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사회가 도래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찾아온 만큼 아예 배우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해야합니다. 평생교육은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은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40%가 채 안 됩니다. 결국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참여율이 높아져야 합니다.” ‘평생교육법 31조 6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학교에 준하여 평생교육시설에 필요한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하위 법령들이 정비되지 않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시행령 산정기준에는 평생교육법에 의한 학력인정학교도 지원해야 한다는 명시 조항이 없어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즉, 선언적인 법일 뿐 실천적인 법이 아닌 것이다. 평생교육법에 의한 학력인정학교도 특수학교로 하루빨리 인정해야하는 이유다.

힘닿는 데까지 평생교육사업 계속하겠다
55년간 비문해자 및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온 이선재 교장은 올해부터 그가 운영 중인 양원초등학교 신입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재단법인·학교법인에만 학력 인정 평생교육 시설 인가를 내주는데, 2007년 이전 설립된 시설은 설립자가 물러날 경우 학교 운영자가 반드시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학교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인으로 전환을 해야 하지만 시설 마련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법인 전환이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교육부 산하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5월 3일 평생교육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평생교육기관의 전문성과 공공성 강화 및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주체를 평생 교육 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스승의 날에 졸업생 70여명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배움으로 인해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제게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졸업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이 나이에도 평생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겠습니다.”
그와 교육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이선재 교장은 55년 동안 울림 가득한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 비문해자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의 염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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