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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를 위한 Symphony No.9 환희歡喜 예술에 통찰을 더하다!

기옥란 작가 | 2018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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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란 작가는 ‘미래’와 ‘변화’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작품에 소통과 화해, 그리고 관계의 메시지를 담았다. 환희(歡喜)를 부르는 예술은 기옥란 작가의 통찰로부터 조용히 시작되었다. 화해의 서곡(序曲)은 감성(Feeling)과 영성(divinity)이다. 그 예술혼은 하루하루 조금씩 보름달처럼 차오르며 마침내 기적을 믿게 한다. 기옥란 작가가 아름답고 진실한 작품으로 사람들을 환희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옥란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라는 환희의 송가(Beethoven Symphony No.9)를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이 글의 제목을 악성(樂聖) 베토벤의 명곡에 빗대어 ‘화해를 위한 Symphony No.9 환희(歡喜)’로 표제를 삼았다.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윌리엄 브레이크(William Blake) ‘순수의 전조’ 부분-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브레이크가 본질을 꿰뚫는 눈으로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았다면, 기옥란 작가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조형감각으로 21세기 신인류를 ‘트랜스휴먼(trans human)’으로 풀어냈다.
감상자는 트랜스휴먼에서 먼 시간 후의 인간,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목도하고, 소통과 화해 그리고 관계, 조화의 의미를 관조할 수 있다. 기 작가의 트랜스휴먼은 바로 피부색이나 인종, 종교, 이념, 국가와 민족의 울타리를 초월한 사람이며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象)이기 때문이다.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 개념을 창시한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에서 한 발 더 나아갔고, 마침내 미술의 바탕위에 철학 및 음악적 요소를 활용한 변주(變奏)를 완성했다.

새로운 미래와 새로운 인간의 콘체르토(協奏曲 concerto)
기옥란 작가의 조형방식은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재해석해 표현하기도 하며, 일정한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재료와 미술 사조를 넘나들며 자유롭다. 트랜스휴먼에는 그만의 실험정신이 녹아있고, 음악적 요소까지 더해져 한층 심화되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파격과 혁명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화합과 융합의 장(場)이다. 기 작가는 물감작업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메인보드나 CPU 쿨러, 그리고 키보드나 형형색색의 전자선 등 전자부품에서부터 한지, 섬유,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오브제로 사용한다.
기 작가는 스테인리스 금속 재료로 제작한 자신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거울에 반사된 자신을 바라보며 참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감상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라면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느껴지는 직관이나 미적 영감은 존재가 우리들에게 건네주는 은총이자 선물이라고 전했다.
컴퓨터의 부품들을 많이 쓰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컴퓨터 부품들은 하나 하나가 그 조형미가 탁월하게 아름답고 상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고 화답했다. “컴퓨터 속에는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칩, 키보드, USB , CPU 쿨러 등 많은 부품들이 있는데 키보드는  하나 하나의 명령어가 다릅니다. 수많은 언어를 가진 전 세계인과 짧은 시간에 소통할 수 있지요. 또한 USB와 메모리 칩은 손안의 작은 도서관과 같습니다. 지혜와 지식의 보고이기도 하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우리 사회의 현재 또 미래 사회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작업을 할 때마다 수많은 영감과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메인보드는 마치 잘 짜여진 미래의 거대한 우주도시 같은 느낌을 주고, 컴퓨터의 열을 식히는 쿨러는 수많은 지식 정보 습득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 및 우주인들에게 마치 가을 바람 부는 시원한 휴양림 같은 대나무의 마디 같은 삶의 휴식을 주는 듯합니다. 언어와 상징과 기호와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이를 해석하는 자는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작품들은 보이지 않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 작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융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여기서 화해와 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기 작가는 첼로와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악기의 부품도 작품에 자주 활용한다. 악기의 소품과 재료들로 구현된 반복되는 선들은 음악적 율동미와 함께 관계 속에서의 조화와 화합의 의미를 내포한다. 첼로나 바이올린의 브리지(bridge)나 테일 피스(tailpiece), 튜닝 팩(tuning pegs) 등 부품들을 활용한 작품 구성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도시와 자연, 인간과 사물 등을 연결하는 ‘다리(bridge)’를 구현해 관계와 소통, 화해, 조화로움을 형상화했다.
기옥란 작가는 작품에 시각적, 청각적, 음악적 조형 요소를 불어넣어 세상과의 아름다운 소통을 추구한다. 그래서 트랜스휴먼의 감상은 미래를 보는 행위이며, 동시에 화합의 소리를 듣는 행위다. 작품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깊은 침묵 속에 기 작가가 추구하는 ‘새로운 미래와 21C 새로운 인간의 콘체르토
(協奏曲 concerto)’가 깊게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다.

통찰(洞察)과 상상의 아리아(aria)
트랜스휴먼은 기옥란 작가의 오랜 성찰과 탐구를 통한 예술세계의 결집이다. 그래서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과 철학의 심연
(深淵)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으며, 오직 기 작가만의 형식으로 인간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다. 기옥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트랜스휴먼은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 그래서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는 21C 신인류의 모습이라고 한다. 현재의 인간들은 매우 불완전하지만 트랜스휴먼은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잡고 끝없이 성장하는 인간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트랜스휴먼은 경계형 인간이면서도 세계와 우주를 지향하는 화합과 조화의 인간상(象),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평화를 이룩하는 미래의 인간상(象)입니다. 호모사피엔스에서 호모 안드로이드로의 인공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면 인간의 뇌에 기계를 이식하기도 하고, 인간의 뇌를 로봇에 이식하기도 하는 SF영화에 있는 일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그 경계에서 유전공학의 기술에 힘입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초월하는 존재로 트랜스휴먼이 탄생한다고 예상 할 수 있죠. 20년후쯤 미래사회에서는 로봇에게 주는 시민권과 법적 지위 부여 논란도 있다고 합니다.”
기옥란 작가는 변화를 읽을 줄 알고 거기에 대응할 줄 아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기 작가는 많은 여행과 예술 교류를 통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냈다. 특히 우리 미술이 수십년간 정체 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반해, 기 작가는 세계의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진보적 깨달음과 감성을 투영해 작품을 창조했다.
“제가 예술의 화두로 잡고 있는 것이 ‘4D’ 즉 디자인(Design), 디엔에이(DNA), 디지털(Digital), 디비니티(Divinity) 그리고 ‘3F’ 즉 감성(Feeling) 여성성(Female) 픽션(Fiction)입니다. 미국의 휘트니 미술관이나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혹은 유럽의 여러 미술관들을 가보면 다양하고 현대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도 이젠 예전 방식의 작품만 그리고 있으면 안 됩니다. 항상 새로운 주제와 기법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해요. 2009년, 2010년부터 시작한 제가 추구하는 작품의 주제인 미래의 트랜스휴먼도 이런 깊은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해와 조화의 심포니(symphony)
기옥란 작가는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진보적이면서, 인간과 과학이 융합된 작품을 구상할 예정이다.
“인간은 지구별에 가장 마지막에 온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현재 주인 행세를 하며 수없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서로 전쟁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도시와 자연의 화해, 인간과 사물의 화해는 제가 항상 작업의 모토로 삼는 주제입니다.” 기 작가는 작업에 몰두하면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고 한다. 난해하고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면서도, 머릿속에 정리된 화두를 세상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어려움 보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느낀다고. 기자는 기옥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기 작가의 마음의 붓이 저절로 움직여 존재의 일체성을 드러내는 듯 했다. 그리고 천재 예술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작품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저 돌 속에서 숨겨진 다비드를 보았고 그를 꺼내준 것뿐이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기옥란 작가는 내년 2월 프랑스 초대전과 앙데팡당(Independant)전, 내년 가을 미국 뉴욕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많은 전시회와 개관 특별 초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오는 가을에는 10월과 11월 초대전과 아트광주전 등이 예정되어 있다. “제 키워드는 항상 소통, 관계, 나눔, 화해입니다. 가치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저는 앞으로 더 폭 넓게 우주와 세상의 소통과 교감을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자주 표현하는 상징적인 검은 선들로 구현되는 첼로의 선은, 따로 인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모여서 아름다운 선율이 되고, 오케스트라의 악기들도 각기 다르지만 함께 모여서 훌륭한 관현악곡이 완성됩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인도 제각각 혼자인 듯 고립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요. 즉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Deleuze)의 리좀(rhizome)처럼 관계다발로 엮여 있죠. 그래서 이제는 인류가 서로 화해하고 용서해야 합니다. 자기만 잘 산다고 해도 환경이 파괴되면 다 함께 소멸하기 때문이죠.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화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옥란 작가의 작품 속에 자주 활용되는 첼로의 현은 홀로 소리 낼 수 없다. 몸통과 브리지, 지판 등 부품이 완벽해야 하고, 활이 있어야 하며, 연주자의 균형 잡힌 운지와 테크닉이 있어야만 아름답고 조화로운 선율이 생겨난다. 이처럼 세상의 만물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기옥란 작가는 ‘균형과 조화가 바탕을 이루어야만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며 트랜스 휴먼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기자는 기옥란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전한 소통과 관계, 화해, 조화의 메시지를 상기하며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Beethoven Symphony No.9)를 한 번 더 조용히 읊조려 보았다. 기 작가가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작품 등을 통해 숨겨진 잠재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형제로 만드는 미래의 아름다운 빛이 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정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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