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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으로 북한을 바라보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제3전시실 | 2019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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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포스터, 우표, 엽서 등 북한 일상생활 용품들이 전시되는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展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시는 25년간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해온 ‘니콜라스 보너’라는 영국인이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수집한 약 200여 점의 북한 일상생활 용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2018년 2월 영국의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 개관이래 최다 관람객을 유치했던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展의 영국전시를 동일하게 재현한 세계 순회전이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展은 어떤 정치적 의미도 담지 않은, 그저 북한의 일상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던 소품들을 그래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해석한 전시다. 이념과 정치적 프레임을 걷고 일상의 디자인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된 목적이다.
포스터는 1945년 분단 이후 북한에서 정부가 사회적, 정치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데 사용되었다. 포스터 아티스트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동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수작업 타이포그래피와 이상적인 시민들의 이미지를 적용하여 표현한다. 초기 포스터는 조선의 전통과 소비에트 시대 러시아 예술의 영향을 받았고 가장 최근 디자인은 대담한 색, 양식화된 모양 및 북한 고유의 동적 레이아웃을 사용한다.
북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도력, 국가 및 사회에 대한 중요성에 대하여 배운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이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혁명적, 산업적, 자연적 의미의 아이콘을 작업에 나타낸다. 정부 기관의 상징과 전통적인 모티프와 같은 심벌은 친숙한 디자인 요소다. 우표와 노트 같은 일상용품에 이런 이미지 디자인을 계속 사용한다. 이 심벌들이 적용된 제품은 국가의 자부심을 나타내기 때문에 최고급 품질임을 보여준다.
또한 북한 정부는 시민들에게 오락시설을 제공하는데 국영 시설로는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서커스 및 극장이 있다. 2007년 북한의 ‘집단 체조와 예술 공연’은 북한의 국내외 내빈 및 관광객 모두가 참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체조 경기였다. 엽서와 프로그램은 스포츠 및 국가 행사를 기념하고 북한의 문화 및 자연 명소를 기념품으로 제작한다. 초상화, 건축 및 조경 사진은 블록 색상과 수공 인쇄술이 함께 사용되어 만들어지는데, 일부 디자이너는 공연자의 운동 신경을 반영하여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합성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단체 활동이 권장되는 만큼 독단적인 변절자나 이단자를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와 문학에서 전쟁 묘사는 종종 고독한 영웅이나 여주인공들이 동지애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다. 군사 이야기들이 담긴 액션 모험만화들은 종종 이러한 비유를 기반으로 하며, 정부와 미국 사이의 정치적인 긴장을 반영한다. 북한에서는 국유 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그들 고유의 그래픽 독자성으로 차별화한다. 21세기 이전 소비재에 대한 라벨들은 명확하고 유익한 그리고 때론 손으로 직접 그려진 맞춤형 일러스트가 특징이었다.
이번 전시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 미술이 아닌 북한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각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제작되어 수집된 컬렉션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직접 그려진 선전화(포스터)로서 강렬한 색상과 구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이유는 공산권 국가들의 프로파간다적인 디자인 포맷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북한의 고유 언어와 색감으로 구성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민족 고유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는 제품 디자인은 한국의 1960~80년대를 연상시키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Enter Pyongyang’이라는 영상물을 통하여 평양에서 생활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만나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뉴스나 미디어를 통하여 아주 간략하게만 소개돼 알 수 없었던 북한의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은 우리에게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남과 북 당사자가 아닌 한 이방인에 의하여 수집된 컬렉션을 3인칭 시점에서 분석하여 풀어내고 있어 오히려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이라고 붙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시장 디자인 역시 소장자인 니콜라스 보너의 요청에 따라 영국전시와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동일한 공간디자이너와 큐레이터가 한국전시를 감독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에 한국에서 소개되었던 다른 나라들의 그래픽 디자인 전시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展은 오는 4월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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