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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구축물이 되는 작은 조각들

<조각_조각> 소마미술관 | 2019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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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조각공원의 재조명과 활성화를 위한 전시가 열린다. 오는 12월 22일까지 ‘조각’을 주제로 국내 작가 16명의 실내외 작품 50여 점을 소개하는 <조각_조각>展과 기존 조각공원의 소장품을 대상으로 몸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조각 상설展이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조각_조각>展은 조각의 조형 원리를 점, 조각, 덩어리, 구축물로 해석, 올림픽조각공원 내 조각 작품을 재해석한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조각 상설전은 조각공원 소장작품을 대상으로 한 아카이브 전시를 포함, 서울올림픽 문화유산으로 조성된 조각공원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조각(Pieces)_조각(Sculpture) 전시의 시작은 산행하며 볼 수 있는 돌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돌조각 하나하나를 올리는 사람의 경건한 마음과 정성은 작품을 만들어 가는 조각가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본 전시는 작은 조각(Piece)이 모여 덩어리(Mass)가 되고 이것들이 거대한 조각(Sculpture)과 웅장한 구축물(Construction)이 되어가는 과정과 조형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조각가와 관람객이 상호 소통하고 교감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전시는 실내전시와 실외전시로 구분된다. 실내전시는 다양한 재료의 조각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간과 형상을 재창조하여 대중적이면서도 현대조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외에는 기존 조각공원 내 작품 8점을 대상으로 오마주(존경), 콜라보(협업), 하모니(조화) 등 3가지의 제작 콘셉트를 도입하여 8명의 현대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한다. 이러한 시도는 30년이 넘은 올림픽조각공원에 대한 신선한 실험이자, 변화의 모색이다.
서양미술사에서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그가 1922년부터 바우바우스(Bauhaus)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점, 선, 면 - 회화 적인 요소의 분석을 위한 논고>에서 회화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점이 연결되어 선을 이루 고, 선이 겹겹이 모여 면을 구성하여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다. 점, 조각, 덩어리, 구축물을 조각으로 확장된 칸딘스키 버전으로 해석하여 이번 전시 작가선정과 작품 선택에 적극 활용하 였다.
1전시실에는 김주현의 웅장한 구축물인 <생명의 다리>가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철학자 프리 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책인 <생명의 그물>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무한 동경과 깊은 애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성장과 산업화, 도시 공동화로 점차 줄어드는 자연보호구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식물들의 현실과 인간의 물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생태주의적인 설치 작품이다. 손종준은 신체적, 정신적인 결핍에 대해 작품 제목처럼 자위적 조치인 방어기재 장치를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든다. 작품 속 인체는 자신이 다친 부위를 감싸듯 기계장치를 착용한다. 이는 유무형의 다양한 폭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적인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려는 작가만의 감성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민정수의 그로테스크한 전시 공간은 작가가 10여 년 가까이 작업한 인형 모형과 신체 오브제 작업들로 구성된다. 그는 초기 작업인 <우리는 내밀한 것을 인터뷰하다> 에서 인간의 소통에 관해 초현실주의 성향으로 풀어냈다면, 최근의 <덩어리>시리즈에서는 인형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는 매개로 뒤엉킨 팔, 다리를 등장시킨다. 이는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을 작가의 의지로 절제하여 조절하고 싶은 소망에 가까운 욕망을 암시하는 듯하다.
2전시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오브제와 감각적인 설치미술 형식으로 풀어내는 강영민 의 작품 <논픽션>으로 시작된다. 이슈가 되는 인물을 세로형 블라인드 형식으로 제작하여 분절되어 보이는 인물상을 통해 언론과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현상이 실상이 아니며 본질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병호의 조각은 이번 기획 콘셉트를 대변할 정도로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길이 8미터의 <수평의 정원>은 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조각에 가깝다. 김은(김은혜)은 먹는 과자를 재료로 작품을 제작한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활용해 나름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낸 설치미술을 보여주는데,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제작설명회도 준비되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길래는 철 조각으로 만든 소나무 형상을 통해 일본식 정원의 한국 버전으로 공간을 연출, 그의 세련되고 절제된 조형 공간이 전시 기획 의도를 잘 전해준다. 김성완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 디오라마(diorama) 레고 전문 작가이다. 그가 구상하는 아이디어에 필요한 부품들은 덴마크 본사에서 제작을 하고 레고 로고도 부착된다고 하니 공인된 국제적인 작가인 셈이다. 수천 개의 레고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창작 레고 작품은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볼거리로 주목받을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레고로 만든 올림픽공원의 상징물인 평화의 광장도 감상할 수 있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 소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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