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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지도 적응하지도 않는 가운데의 삶

<알리바이 연대기> | 2019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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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휩쓴 수작이 귀환한다. 국립극단은 김재엽 작·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5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201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알리바이 연대기>는 많은 이들이 재공연을 기다린 작품이다. 소극장 판에서 초연을 선보인 <알리바이 연대기>는 백성희장민호극장을 거쳐 2019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됐다.
작가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쓰인 <알리바이 연대기>는 개인의 일생에 우리 역사를 촘촘히 엮은 전개로 한국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기억 속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번 작품은 고백보다 은폐가 쉬웠던 세상을 살아낸 한 인물의 가장 사적인 연대기에 비친 대한민국 현대사의 연대기를 짚어낸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격동의 시대에 소시민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택해야 했던 일상의 알리바이와 한국 현대 정치를 이끌었던 이들이 권력을 위해 만들어온 정치적 알리바이의 접점을 바라본다.
앞서 말했듯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연출을 맡은 김재엽 본인과 그의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160분 동안 관객은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선택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역사책에서 도드라지던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다.
한 편의 희곡에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얽어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딱딱한 사실의 나열보다는 잔잔한 웃음을 택했다. 작·연출 본인이기도 한 극 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 있게 써 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할아버지의 역사는 아버지에게로, 그리고 그 역사는 다시 아들에게서 손자에게로 흘러간다는 세상의 이치를 제시한다. 연출가 김재엽은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전했다. 작품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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