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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도 일상을 느낀 여성들

<빈폴> | 2020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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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빈폴>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개최되고 있는 영화제로부터 꾸준히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화제를 통해서 먼저 <빈폴>을 감상한 평단과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 첫 출연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열연을 펼친 주연 배우들과 91년생 젊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찬사를 보냈다.
1945년 레닌그라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사람들은 힘겹게 살아간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이야’ 역시 뇌진탕 증후군으로 갑자기 온몸이 굳어 버리는 병을 견디며 사랑스러운 아들 ‘파슈카’와 소박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야’에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전쟁에서 지원병으로 일하던 둘도 없는 친구 ‘마샤’가 돌아오자 두 사람만이 알고 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두 여인은 서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희망과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영화 <빈폴>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영화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여러 해에 걸쳐 수백 명의 사람을 인터뷰하여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작품들을 창작하는 벨라루스의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와 함께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전쟁 회고담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모은 책으로 전쟁에서 거둔 승리와 공훈을 이야기하는 대신 전쟁에서도 일상을 느끼고 평범한 것에 주목한 여성들의 감정과 체험을 이야기한다.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느꼈다는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이 여성이 가장 많이 참전한 전쟁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영화 <빈폴>의 배경을 1945년 레닌그라드로 설정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전쟁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감독은, 끔찍한 공격에서 살아남은 상징적인 도시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참전 여성들의 심리 변화를 얼굴, 눈, 체격, 신체 등을 통해 세밀히 담아내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전쟁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여한 두 여인 ‘이야’와 ‘마샤’의 관계 그리고 전쟁이 강요한 여성의 역할과 서로에게 치유가 될 희망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은 <빈폴>은 국내 관객들에게 강력한 여운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영화 <빈폴>은 지난 2월 27일 국내 개봉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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