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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모두 연결되어있다

<추니박, 침묵의 숲>사비나미술관 | 2020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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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한국화를 선보이는 추니박 작가의 전시가 개최된다. 추니박 작가의 한국화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종횡무진으로 횡단한다. 그는 한지 위에 먹으로 서양의 웅장한 자연풍경을 그려내는가 하면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동양화 특유의 모필 위에 수묵과 채색의 조화를 이뤄낸다.
이번 전시는 추니박의 대표작 중 가장 최근 시리즈인 ‘검은 풍경’ 연작과 ‘치유의 숲’ 연작을 한자리에 모아 30여 년간 끊임없이 한국화의 지평을 확장해온 추니박의 최신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2019년 LA아트쇼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길이 있는 검은 풍경’ 연작은 추니박 작가가 2016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시리즈로 총 4점의 작품이 이어진 34미터의 대형작품이다. ‘검은 풍경’ 연작은 그동안 한국의 풍경화를 그려왔던 작가가 그랜드캐니언, 세도나, 요세미티,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광활한 대자연을 한국의 전통 필법으로 풀어내 큰 호응과 함께 해외에서 한국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중 이번 전시에서는 총 3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특히 캘리포니아 내셔널 파크의 풍경을 그린 <레드우드>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치악산을 담은 <새가 있는 길>을 연작으로 설치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지구가 둥근 것처럼 한국의 자연과 미국의 자연이 모두 연결되어있음을 나타낸다. 동양에서 검은색은 모든 것을 함축한 색이라 한다. 작가가 먹으로 그려낸 그림 사이의 검은 공간은 우주의 블랙홀처럼 시공간을 이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치유의 숲’ 연작은 지금까지 120여 점이 제작되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주요작품 34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치유의 숲은 봄, 여름, 겨울은 수묵으로 제작되었고, 가을은 화려한 아크릴 채색으로 제작되어 강렬한 색채와 동양의 선들이 합쳐진 다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치유의 숲’ 연작은 세상의 고초로부터 황폐해진 작가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달래고자 시작되었다. 작가는 매일 숲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메마른 나뭇가지와 싱싱한 초록의 나뭇잎 그리고 숲을 울리는 새소리와 맥없이 쓰러진 고목의 앙상함을 목격하면서 삶과 죽음의 위대함과 덧없음을 배우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작가의 최신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추니박, 침묵의 숲> 전시는 오는 4월 25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성우 기자 (저작권자: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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