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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얼룩진 어머니의 흔적

<그을린 사랑>LG아트센터 | 2020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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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대상 격인 ‘백상연극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다시 한  번 최고의 작품으로 공인받은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이 9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연극 <와이프>, <녹천에는 똥이 많다>, <궁극의 맛> 등의 작품 등으로 최근 절정에 오른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신유청 연출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화염>을 원작으로 하는 <그을린 사랑>은 2010년 드니 뵐니브 감독이 만들어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동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개봉해 당해 예술영화로서는 최다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2003년 프랑스어로 초연된 후 유럽,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서 공연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처음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김동현 연출가에 의해 무대화되었던 바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한 중동 출신의 여인 나왈 마르완은 쌍둥이 자녀에게 두 통의 편지를 각기 지정된 수신인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전까지는 자신의 무덤에 묘비를 세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이에 누나인 잔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동생인 시몽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형을 찾아 편지를 전해야만 하고, 남매는 혼란에 빠진다. 생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해 동안 침묵을 지켰던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그곳에서 전쟁과 폭력, 슬픈 역사와 고통으로 얼룩진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자신들의 근원에 대해 더욱 더 충격적인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을린 사랑>은 오랜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던 어머니가 죽으면서 그 유언에 따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전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어머니가 그들에게 각기 남긴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흔적을 되짚으려 중동으로 간 남매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진실을 통해 커다란 고통과 마주하게 되고,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쟁, 난민, 억압, 폭력 등 한 여인의 힘겨운 삶 속에 묻혀있던 참담한 사건들과 그 결과로 빚어진 가혹한 운명을 버텨내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 고통과 화해, 인간의 의지와 저항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든다.
원작이 지닌 특별한 묵직함을 든든한 힘으로 떠받치는 신유청 연출가는 세련된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로 무대 위 공간적 여백을 밀도 있게 채운다. 시적인 언어와 압도적인 서사 구조로 빛나는 원작을 더욱 깊이 있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역시 3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을 매 순간 몰입하게 만든다.
2016년 초연된 후 많은 이들의 호평 속에 두 차례 재공연 되었던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 이번 재공연은 2019년과 거의 동일하게 배우 남명렬, 이주영, 이원석, 이진경, 하준호, 그리고 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백석광 등이 출연해 완성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그을린 사랑>은 오는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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