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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명품 제품도 명품 진가를 알고 최고를 전한다

어퍼스트로피 정명실 대표 | 2014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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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길거리에서 또는 특정한 장소에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소품 등 같은 차림을 한 사람을 본 경험을 하게 된다. 민망해서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던 순간.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제품을 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 유일한 내 것을 찾는다면 지금 소개할 어퍼스트로피를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퍼스트로피는 직접 제품을 생산하시나요? 신년호 인터뷰 요청 드리려고 전화 했는데요.” “아니요 꼭 그렇진 않아요. 그럼 인터뷰가 불가능한가요?” 당황한 필자는 “아니요. 그건...아닌데요...” 그렇게 어리둥절하게 인터뷰 약속을 잡고 성남 정자동에 찾아 가던 날, 겨울답게 매서운 날씨가 코끝을 찡하게 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리따운 아가씨가 인사를 건네는데, “와우~!” 하마터면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올 뻔했다. 한 겨울에 백합을 봤다. 수입 의상과 악세서리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어퍼스트로피(www.apostrophe.co.kr)의 정명실 대표와 그녀의 여동생 정명희 씨가 매장을 간단히 소개했다. 영업을 위해 인터뷰는 근처 커피숍으로 옮겨 진행하기로 하고, 매장 촬영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정명희 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알고 보니 정 대표의 여동생 정명희 씨는 사진작가로 호주에서 공부하고 국내에서 활동한 사진전문가. 필자는 카메라를 정명실 대표의 여동생에게 넘겼다. 아니, 자연스럽게 빼앗겼다. “흠. 역시 다르구나.” 기자 생활 하는 동안 촬영을 취재원이 대신 해주긴 처음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진땀 흘린 시간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정명실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녀는 “중앙대에서 연극을 전공했어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는데, 무용을 많이 한 저는 동작표현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노래가 문제였어요.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트레이닝을 했지만, 연기는 제가 갈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라며 영국으로 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0년, 그렇게 그녀는 한국을 떠나 패션디자인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정명실 대표는 런던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Design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2005년 졸업과 동시에 영국 이브닝 웨어 디자이너 브랜드 Belinda Ch'ng Morreko Limited에서 인턴쉽과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또 현지에서 아동복 바이어로 활동한 경력으로 런던 패션 위크, 파리 패션 위크 등을 통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현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동하고 인정받는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각 시즌별 컬렉션을 직수입하고 있는 바이어이기도 하다. 제품만 수입하는 단순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한 안목과 충분한 경험을 지닌 그녀였다. 정명실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연기 공부를 그렇게 했다면 성공했을 거예요. 하루 2~3시간만 자고 3주마다 바뀌는 프로젝트를 위해 매달렸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영국은 치열한 패션 디자인 과정을 거친다는 소리였다. 이어 그녀는 인턴쉽을 마친 회사에서 졸업 후 1년 여간 이브닝웨어(결혼식, 파티 등 행사관련) 회사에 선생님의 추천으로 일하게 되었고, 그 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영국 현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사업을 했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안목의 제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008년, 유럽경제를 흔든 외환위기로 경제 혼란이 덮쳤고, 비자 문제 등도 겹쳐 귀국을 결심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정명실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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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지에서 디자이너 문화 섭렵

“귀국 후 살 집을 얻으려고 했는데, 서울에는 전세대란으로 계약할 집이 없는 거예요. 고민스러웠는데 마침 분당에 친구가 있었고 지금의 정자동을 소개해 줘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라며 어퍼스트로피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1년 동안 여행만 다닌 것 같아요. 충분히 쉬고 싶었어요. 재충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일상이 지루한 거예요. 무엇을 할까 고민 끝에 지금의 어퍼스트로피를 열게 된 겁니다.” 2009년 9월 문을 연 어퍼스트로피는 어땠을까. 정 대표는 “처음엔 제가 가지고 들어온 소장품과 국내 디자이너 제품을 구성해 매장 디스플레이를 했어요.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어요. 그래서 영국 디자이너에게 메일을 보내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거랍니다.”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영국에서 생활했고 세계 패션의 집결지인 런던, 파리 등의 상황과 문화, 영업방식을 꿰뚫고 있었던 그녀에게는 적합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또 중소 규모의 디자이너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정명실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은 그만큼 넓고 다양했다. 처음 한 곳의 수입 디자인 회사가 현재는 열여덟 곳으로 늘었고 신용도 그만큼 탄탄하게 쌓인 어퍼스트로피가 되었다. 이제는 영국 현지 디자인 회사로부터 컬랙션에 참가해 달라는 초대장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그녀는 매 시즌 컬렉션을 찾아 직접 신상품을 보고, 주문하기 위해 런던·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정명실 대표는 “초기에는 효자상품인 가방 위주였지만 지금은 품목과 수입원이 많아져 멀티 브랜드 스토어로 변모했어요. 강남이나 청담동 등 명품을 취급하는 곳의 제품과 겹치지 않는 독창적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대부분이라서 처음 문을 열 당시의 고객이 현재까지도 많이 찾아 주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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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 가치 있는 제품 전해

40대 연령층의 주고객과 30~50대 고객이 주요 소비층입니다.”라고 말한 정명실 대표는 “혼자 오시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친구 분들과 함께 찾기도 합니다.”라며 갈수록 자신 만의 독특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고객들이 어퍼스트로피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단지 서류와 제품만을 보고 대량으로 수입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디자이너 활동을 했고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유럽 디자이너 회사의 수많은 제품의 다양성을 섭렵하고 있는 정명실 대표의 제품 선택은, 고객이 원하는 성향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수입, 타 업체와 근본적으로 차별성을 두고 있는 점이다. 고객도 자신만의 제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 대표는 “제가 가진 제품에 대한 소신이기도 합니다만, 하나를 입더라도 그 가치가 충분한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요.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해서 수입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명품을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고가라서, 명품이라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가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자로서 어퍼스트로피를 운영하며 느끼는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정명실 대표는 “경영 자체는 즐거워요.(웃음) 그런데 세일즈가 힘들 때가 종종 있어요. 이런 경우에요. 매장에서 한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손님이 자꾸 급하게 말을 건네며 끼어드는 경우가 그래요. 응대하고 있는 손님에게도 정성을 다 쏟을 수 없게 만드는 거지요. 또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왜 비슷한 제품을 백화점에선 할인하고 있는데, 여긴 안 되냐’는 식이에요. 정중하게 말씀 드리지만 곤란한 경우가 있긴 해요.(웃음) 하지만 그건 종종이구요. 대부분의 고객 분들은 기분 좋게 제품을 구입해 가시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뜬금없이 연기를 포기하고 이 분야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후회한 적 있어요.”라며 “하지만 패션 일이 재밌어요. 연기를 했더라도 이쪽에 미련이 남을 테고 어느 하나는 손에서 놓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지금의 일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털어 놓는 그녀. 이어 “궁극적으로 화려한 직업이란 건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는 것 같아요.”라고 부연했다. 이야기 중, 우연히 그녀의 그림이야기가 나왔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녀였지만 겸손에 겸손을 더하며 극구 부인한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영국에 있을 당시 드로잉 작품을 내야 해서 얼른얼른 그렸는데 일러스트 선생님이 놀라시더라고요. 포트폴리오에도 다 넣으라고 하시면서...” 그랬다. 매장 입구에 걸린 액자의 그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예술적 기질을 타고난 그녀였다.
 
투명하고 정직한 사람
서초구 서래마을에 얼마 전 2호점(서초구 서래로 5길 19. 1층)을 낸 정명실 대표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3년 안에는 2호점을 내리라 생각했어요. 처음 정자동 어퍼스트로피 문을 열 당시에는 지금의 매장 중 22㎡(약8평)만을 가지고 영업했어요. 그러다 옆 매장이 나가며 확장하게 되었는데 매출도 두 배로 뛰었어요. 영업이 잘 되어 2호 매장을 여는 게 아니라 처음 계획한 그대로 실현하는 중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계속 계획을 미루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런 성장의 비결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어 가능했다. 직원을 위한 교육도 체계적인 메뉴얼을 구축해 실시하고 있는 어퍼스트로피는 상황에 맞는 고객 응대 방법부터 사업에 필요한 계획까지 문서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철저했다. 구성원의 빈 공백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차선책 등 정 대표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또 일할 때는 확실히 일하고 쉴 땐 확실하게 쉬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 대표는 “개인 스스로 행복해야 일도 잘 된다”고 말했다. 언젠가 자신 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정 대표는 “멀티 수입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고 2호점에 이어 3호점까지 만들고 싶어요. 그 후엔 제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어 국내에도 판매를 하고 싶어요. 유럽에서 바이어로 일한 경력을 살려, 유럽으로 진출해 제품을 수출하고 싶기도 하고요.”라며 야무진 계획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소신을 말해 달라고 부탁하자 약간 주춤하더니 그녀는 “투명하고 정직한 태도입니다. 회사이건 생활이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을 배려한 선의의 거짓말은 몰라도 정직하지 못한 행동은 더 큰 오류로 나타나고 불신의 씨앗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신 스스로 당당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라고 전했다. 또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들 하는데 제 상식으론 이해가 가질 않아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기업이 제가 바라는 목표입니다.”라고 기업 상을 설명하며 어퍼스트로피의 미래를 그렸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게 된다. 또 대화를 하고 논하다보면 그 사람이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여러 재능을 가졌고 출중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가장 큰 무기는 겸손함이었고 일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최선이었다. 기분 좋은 인터뷰였고 엄동설한에 아름다운 꽃을 본 행운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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