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는 웹툰 마니아다. 간 떨어지는 동거 역시 웹툰이 원작인데, 혜리는 원작 웹툰을 워낙 좋아했기에 대본을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고 전했다. 혜리는 “난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간 떨어지는 동거도 즐겨봤던 작품이다. 웹툰 속 이담의 모습이 멋있었다.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직설적이고 솔직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나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 간 떨어지는 동거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부담도 많았지만, 실제로 원작 작가님이 이담을 캐릭터화할 때 나를 참고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낼 수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녀는 간 떨어지는 동거 출연이 연기 인생에 있어서 큰 도전이었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막상 직접 연기를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혜리는 이담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맛깔나게 표현하기 위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썼으며, 망가짐도 개의치 않는 그녀의 코믹 연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극 중 신우여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과의 로맨스 케미도 작품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6개월간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두 사람의 케미가 드라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혜리는 “로맨틱 코미디물은 뭐니 뭐니해도 역시 주인공의 케미가 중요하다. 그래서 드라마 촬영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장기용과 케미를 잘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입에 닳도록 했다. 물론 촬영 초반에는 장기용이 내게 의지를 많이 했다고 했지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는 오히려 내가 장기용에게 더 많이 의지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은 그녀를 지금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 중인 혜리를 볼 때면 여전히 덕선이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즉, 덕선이는 그녀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인 것이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된 지 6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많은 분이 아직도 덕선이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덕선이를 계속 기억해주시는 게 아닌가”라며 “나는 덕선이가 꼬리표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덕선이도 결국 나의 모습을 지니고 있고, 이번에 연기한 담이도 내 모습을 갖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내가 보여드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들을 계속 선보이고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2010년 걸스데이로 화려하게 데뷔한 혜리는 성공적으로 배우로 전향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딴따라’, ‘투깝스’, ‘청일전자 미쓰리’, 영화 ‘물괴’, ‘판소리 복서’ 등에 출연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갔다. 그녀의 첫 로맨틱 코미디물인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도 호연을 펼치며 ‘아이돌 출신 연기돌’이 아닌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혜리의 차기작은 KBS2 새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로 정해졌다. 아직 자신의 시간은 하루 중 오전 10시 40분인 것 같다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혜리의 창창한 연기 인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