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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 | 2021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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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경계의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전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를 7월 13일부터 11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 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속에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에 대해 질문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전시다. ‘미술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며,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것에 착안했다. 동시에 ‘원’을 둥근 형태의 의미를 부여하여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을 공존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자연이라는 큰 틀 안에서 동물과 식물, 인간이 함께 사는 방식을 탐구하며,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시각화하는지 살펴본다. 금혜원, 김라연, 김이박, 박지혜, 박용화, 송성진, 이창진, 정재경, 한석현 작가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작가 김미루, 정찬영, 미술은행 소장품 작가 이소연, 최수앙 등 총 13명 작가의 신작 3점을 포함한 작품 8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 우리와 우리 사이’, ‘#2 어색한 공존’, ‘#3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4 함께 살기 위해’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특히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했고, 한 공간에서 작품과 작품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하나의 공간에 구현한다.

‘#1 우리와 우리 사이’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우리’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대상을 해석한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울타리와 경계의 의미를 시각화하여 울타리 너머 우리와 우리 사이의 관계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지혜 작가는 기둥 위 비둘기 조형 신작을 통해 인간의 생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변화하는 인간의 태도에 의한 것으로, 작가는 이것을 비둘기의 입장에서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자조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김이박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듯 식물의 개별성을 조명한 〈식물 증명사진〉을 찍어 소개한다. 이창진 작가는 빛을 발하는 EL-와이어를 사용한 대형 철조망을 제작하였고, 이것은 자체로 전시실을 분절시키는 울타리와 경계의 상징물이 된다.

‘#2 어색한 공존’은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동물의 가까워진 거리에 대해 살펴보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공존의 방식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금혜원 작가는 반려동물의 삶과 죽음, 소유와 욕망 사이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박제된 반려동물의 모습과 남기고 간 유품 등을 통해 죽음 이후의 추모 행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박용화 작가는 오랫동안 동물원을 방문하여 관찰한 인공적인 자연, 인간에 의해 재구성된 우리 속 동물들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또한, 이창진 작가는 화분 안에서 죽어 간 식물들을 그대로 들어내 수평으로 정렬하여 흔히 소비되는 화분 식물의 죽음을 시각화한다.

‘#3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에서는 도시 환경에서 길들여진 자연의 의미를 묻는다. 재개발로 인해 버려진 유기견과 아파트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 위에 자라난 식물 등 자연과 인공 사이, 경계에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재경 작가는 재개발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그 속에서 버려진 개들의 삶을 살핀다. 파괴되고 부서진 건물 사이에 생겨난 개와 사람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흑백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김라연 작가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생명력으로 자라난 식물들을 회화로 담아내며, 편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과 진정한 낙원의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4 함께 살기 위해’는 인간과 동식물, 자연이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송성진 작가는 구제역 발생 당시 살처분 된 돼지들을 흙으로 빚어 제의적 의미를 띤 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시 기간 동안 돼지 형상으로 빚어진 흙은 그 속에서 새싹을 발아하며 다시 생명을 품은 흙으로 돌아간다. 김이박 작가는 아픈 식물들을 돌보는 〈식물 요양소〉를 설치한다. 식물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식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한편, 미술관 개관 이전부터 청주관터에 자리를 잡고 있던 목련과 비둘기는 이번 전시 기획의 가장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다. 청주관 앞 생명을 잃은 목련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석현 작가는 죽은 나무를 미술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정재경 작가는 미술관의 비둘기를 대상으로 신작 영상을 제작했다. ‘무질서한 질서’라는 개념을 토대로 문명과 자연, 질서와 무질서를 동등한 관계로 바라보며, 미술관에 자리 잡은 비둘기를 마치 암호와 같은 형상으로 포착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미술을 통해 질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라며, “공존을 위해 인간이 가진 힘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현상을 짚어내고 변화의 시작을 촉구하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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