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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말을 걸다 오늘을 위한 한 발 내딛기

커버스토리 세라제화 박세광 대표 | 2014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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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제화 박세광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단지 신발만을 이야기했다면 기존 인터뷰 내용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생각과 사실을 전달해 준 박세광 대표였고 진솔한 이야기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외형적인 판단은 얼마나 섣부른가. 사람은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알 수 있는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다소 까무잡잡한 얼굴에 또렷한 눈동자를 가진 사람. 왠지 쉽게 근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깨고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 박세광 대표는 그가 직접 만든 커피를 내놓는다. “대표님, 젊으셨을 때 운동하셨습니까?”라고 묻자 “아닙니다. 뭐 어렸을 땐 다들 한번쯤 하는 생각이지요.”라고 말했다. 집무실 한 컨에 놓인 하키 스틱과 박세광 대표의 얼굴이 왠지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제가 군 생활을 좀 오래했습니다. 중사로 제대를 했고 6년 간 근무했습니다. 그땐 다들 운동도 많이 하잖아요.”라고 말하는 박세광 대표. 1978년 설립해 창업 36년을 맞이한 (주)세라제화는 박일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가업을 잇게 했고 박세광 대표는 1996년 5월 1일자로 입사해 지금까지 세라제화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박일영 회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 분야의 장인으로서 현업에 종사하며 기업의 정신적 지주로서 후학들과 함께 동시대를 보내고 있는, 세라제화의 살아 있는 전설로 건장함을 과시 중이기도 하다. “회장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박 대표는 “집에서 뵙는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통해서 자식으로 당연히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또 제가 회사에 입사해 경영인으로서 느낀 회장님의 모습 역시 같았습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이 나오면 깨 버리듯이 일에 관해, 구두에 관해 소신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구두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또 자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고 묵언으로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기업을 이어 받은 박세광 대표는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 지 궁금했다.
나는 구두를 만드는 사람
대표직을 맡고 막연히 할 수 있다는 객기와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박 대표는 “대표직을 맡은 지 4~5년쯤인가로 기억합니다. 동창회 모임에 갔죠. 친구들이 저에게 학창시절 이야기는 묻지 않고 오로지 신발에 대해서만 묻는 겁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박세광 대표였다. 이어 그는 “실은 제가 중학교 때부터 가진 꿈이 있었어요. 연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말을 이었다. “저도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연극을 곧잘 했어요.(웃음) 그런데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크게 깨달았어요. ‘더 이상 나를 연극을 하던 박세광으로 기억해 주질 않는구나!’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나는 구두 만드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더 구두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라며 대표를 맡은 직후 그가 가졌던 심경에 대해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구두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채 한 시간도 설명을 못하겠더라고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박세광 대표의 인상적인 말은 그 뒤에 나왔다. 그래도 꿈을 못 다 펼친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아닙니다. 저는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 연극 중에서도 대사가 없는 판토마임에 큰 관심을 가졌었어요. 저길 보세요!”라며 응접실 진열장에 놓인 구두 장식을 가리키며 설명을 계속했다. “구두는 말이 없죠. 하지만 제게는 구두가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매장 쇼 윈도우에 진열된 구두를 보고 느꼈어요. 마치 연극 무대와 같은 거예요. 조명과 무대에서 말없이 구두는 연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연출자의 의도된 상황에 맞는 무언극을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일갈했다. 그 동창회를 계기로 정신적으로 분산되어 있던 마음을 추스르고 본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박세광 대표는 말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에게 다가가
세라제화의 변화는 ‘세라패션디자인아카데미’의 설립부터 나타났다. 구두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고, 알려 줄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만든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만든 아카데미이기에 부담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두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진실함이 전달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과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주도적 삶을 위해 열심히 하자고 주문하곤 합니다.”라고 아카데미를 설명했다. 로드샵의 확장과 더불어 박세광 대표가 취임 한 이래 만든 ‘세라 넥스트도어’, 온라인 스토어 shop.seara.co.kr 등의 활성화 있는중이다. ‘세라’ ‘가스파드 유케비치’ ‘바비슈즈’ 등 자사브랜드로 구성된 ‘넥스트도어’는 명동, 이태원, 압구정 등 8곳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 구두와 악세서리를 포함한 편집샵으로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박세광 대표는 “구두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개성이 뚜렷해지고 독특한 개성을 충족시키는 샵도 많이 늘었습니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기존의 판매망 외에도 다양한 세라의 제품과 타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된 편집샵은 우리의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자본을 투자해 국내에 유입되고 소비자가 그 제품을 찾는다고 해서 탓할 건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전략을 세워 소비자를 만족 시킬 수 있느냐 입니다. 세라는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유통 구조를 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대응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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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두 번째, 노력이 모든 일의 기본
올해 계획이나 목표에 관해 묻자 박 대표는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후회스럽지 않은 한 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 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조직에서 목표를 부여하면 모두 부담이 되고 목표치에 접근하지 못하면 실망하고 좌절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 없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모든 일에 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노력’이라고 말하는 박세광 대표는, 결과는 두 번째 문제이고 우선, 일을 할 때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위해서 노력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2008년 세라제화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며 만든 고객서비스 ‘웨딩 슈즈 대여’ 역시 세라의 고객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되어 있고,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박세광 대표는 피력했다. 박세광 대표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앙다문 입술에서 나오는 진중한 말 속에 신중함과 깊은 사유의 힘이 느껴졌다. 박세광 대표는 “젊어서부터 대표직을 하면서 통제받지 않는 자유스러움을 느꼈지만 권한보다 의무와 책임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또 시행착오나 중심이 흔들릴 때 자의에 의해, 때론 타의에 의해 제자리를 찾으며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세라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박 대표가 타준 커피는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가슴은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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