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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22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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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생태’ 주제 기획전 <대지의 시간>을 11월 25일부터 2022년 2월 27일까지 과천에서 개최한다. <대지의 시간>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등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요구되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성찰하는 전시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와 관점에서 벗어나서 생태학적으로 ‘공생’, ‘연결’, ‘균형의 회복’을 성찰한다.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6명의 사진, 조각, 설치, 영상, 건축, 디자인 등 분야를 넘나드는 작품 35점이 출품된다. 김주리, 나현, 백정기, 서동주, 장민승, 정규동, 정소영의 신작과 더불어 올라퍼 엘리아슨, 장 뤽 밀렌, 주세페 페노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히로시 스기모토 등 국내외 작가들의 출품작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의 교감,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균형의 회복 등의 주제를 탐구하며 공진화(共進化,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를 위한 태도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지의 시간>은 공생과 공진화를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생태학적 세계관에 다가가기 위해 전시장 구성부터 기존의 전시 틀을 허물었다. 전시 종료 후 산업폐기물로 남는 가벽을 최소화하고 작품들이 서로 소통하며 연결되도록 공간을 조성 하였으며, 가벽 대신 공기를 주입한 공들을 설치하여 작품과 관람객 동선을 구분하고 전시 후 재사용토록 하였다. 

가벽을 제거하는 방식은 전시를 내용적으로 분류하는 관습을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전시는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 시각과 학습에 대해 보여주는 정소영과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업에서 시작한다. 유구한 지구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에서 인간의 시간이란 작은 구간에 불과함을 성찰하는 올라퍼 엘리아슨과 김주리의 작품으로 이어지며,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생사를 반복해 온 대지의 시간에 우리 자신을 위치시키게 된다. 주세페 페노네의 조각은 지구의 오랜 시간이 압축된 대리석의 표면에서 새로운 생명이 뻗어 나오는 형상을 통해 순환과 연결의 의미를 강조한다. 평생을 새와 교감하고 생활해 온 장 뤽 밀렌은 그 교감의 시간을 새의 시점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동물과 인간의 ‘시각’인지 과정의 진화를 살펴보는 서동주의 작업은 생명의 공통성과 개별성을 체험적으로 구현한다. 

‘본다’는 행위에 관한 연구는 백정기의 자연 색소로 인화된 자연의 풍경으로 이어지면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자연의 이미지가 어떻게 구성되고 학습되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나현의 대만 원주민에 관한 연구는 급작스러운 산업화와 문명의 발달로 단시간에 초래된 기후위기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을 경외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지켜내는 삶의 지혜를 전달해준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영혼의 종소리는 사람, 대지, 하늘,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요소가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서로 의지하고 연결된 기둥의 구조를 구현한 정규동은 인과율이라는 건축적 개념을 통해 조화와 균형, 존중과 배려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중앙홀의 장민승은 1980년대 정부 주도의 성장과 국제화 계획에 따라 과천의 산자락에 위치하게 된 동물원, 대공원, 경마장, 미술관을 주축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커다랗게 비어있는 동그라미의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전시와 연계하여, 한국의 생태 미술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가 중앙홀에서 함께 열린다. 한국적 생태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업인 전국광 작가의 1975년 <수평선> 작업을 재현한 퍼포먼스 사진과 현장 기록 영상, 한국 생태 미술의 맹아인 임동식의 작품, 과천의 재개발 과정을 수집하고 기록했던 과천 기반 작가 정재철, 자연 속의 인간 존재를 탐구하며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김보중,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지구의 환경에 대해 적극 발언하고 행동하는 이경호의 작업 등이 다양한 생태 미술 관련 단체 활동 자료와 함께 소개된다.

인간 중심적 관점을 극복하고 생태학적 사유와 실천을 모색하는 전시인 <대지의 시간>이 말하는 ‘생태 미술’은 인류의 과거를 돌아보는 일인 동시에 동시대와 미래를 향해 열린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 전시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신작과 대표작을 비롯하여 한국 생태 미술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통하여 생태 미술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생명체는 물론 존재하는 모든 것의 ‘공동의 집’인 지구의 장대한 역사 속에서 인간의 시간을 자리 잡게 해 준다. 그리하여 인간 스스로를 거대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뚜렷해지는 생태학적 가치를 성찰하고자 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코로나 대유행 등 전 지구적 여러 위기의 현실을 인간중심이 아닌 생태학적 관점에서 성찰해보고자 마련된 전시”라며 “이번 전시가 인간과 자연의 공진화를 환기시키는 예술적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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