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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2014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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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경비구역 JSA_오종혁 외.jpg

지난해 12월, 평균 객석점유율 95%라는 쾌거를 이루며 흥행돌풍을 예고했던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본 공연을 올렸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로, 소설의 배경과 주제, 영화의 휴머니즘적 정서를 적절하게 섞어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되었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단’과 ‘형제애’라는 소재를 아프지만 따뜻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몰입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체 공연티켓의 80%이상을 판매한 지난 공연은 오픈 후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티켓 판매량이 더욱 증가, 공연 시작 3일 만에 유료 객석점유율 95%이라는 사실상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짧은 공연 일정을 아쉬워하며 다음 공연 일정을 문의하는 관객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무대는 중극장 무대에 맞게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지난 공연의 흥행 신화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21세기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의 본질적 고민이 담겨있는 비극적 스토리는 웅장하고 클래식한 음악으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뮤지컬이기에 만날 수 있는 현장감 넘치는 무대연출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작품의 캐릭터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배우들이 함께해 더욱 기대를 높인다. 사건을 수사하는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역은 배우 이정열이 새롭게 캐스팅되어 지난해 공연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임현수와 함께 새로운 무대를 책임진다. 호기심 많고 호탕한 성격을 가진 남한 병장 ‘김수혁’ 역은 배우 정상윤, 오종혁, 강정우가 맡았다. 산전수전을 겪은 병사의 카리스마와 냉철함을 지니고 있지만 다정한 마음도 함께 가진 북한 상병 ‘오경필’ 역은 새롭게 캐스팅 된 배우 이석준과 함께 배우 최명경이, 김수혁 병장과 함께 북한 초소에서의 밀회에 동참하는 ‘남성식’ 일병은 배우 이기섭, 장난기가 많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북한 전사 ‘정우진’ 역은 배우 임철수가 책임진다. 그 외 전범준, 박종원, 장웅희, 최기언, 이윤성, 문남권, 이종원, 송인호가 출연한다. 또한 창작뮤지컬의 스테디셀러 작가 이희준(극본/작사), 젊은 감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작곡가 맹성연(작곡), 담백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선보여온 최성신(연출), 풍성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책임지는 변희석(음악감독) 등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팀이 다시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구 창작팩토리) 뮤지컬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이기도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번 공연에는 공연문화 영역에서 창작공연 및 창작자를 지원해온 ‘우란문화재단’이 ‘CenS 쎈스’와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여 더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경비구역 JSA_커튼콜.jpg

적도 친구도 될 수 없는 네 남자의 ‘피 끓는 우정’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전쟁과 휴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념과 개인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가운데 놓고 마주보고 있는 네 명의 남북한 군인들, 그들은 북한초소에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었고, 일상적인 농을 주고받으며 불가능해 보이던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소꿉놀이를 하듯 따듯한 시간을 보내는 네 남자, 그들이 보여주는 친밀감의 정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속 사건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금기의 법으로 그들의 우정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극히 사적이던 관계가 깨졌을 때 찾아오는 슬픔이 훨씬 더 크고 구체적이듯, 그들이 서로 총을 겨눠야 하는 상황은 관객들에게 크나큰 아픔을 전달한다. 김수혁 병장이 형제처럼 지내던 북한병사 오경필을 향해 총을 겨누며 “언젠가 우린 서로를 죽여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역사가 축적해 놓은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이 나눈 인간적 관계가 얼마나 희·비극적 모습을 보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계선 너머의 진실,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는 뮤지컬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진실을 감춤으로써 유지되는 평화의 비극’을 주제로 하는 영화와는 달리, 50년 동안 계속된 ‘증오의 조건반사(Operant Conditioning)’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비극적인 주제를 이야기한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남북한의 ‘동포애’와 중립국 수사관의 개인사가 무대에서 보다 더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남북한 병사들 간의 총격전에 얽힌 진실 역시 영화보다 뮤지컬 쪽이 좀 더 충격적이다. 제3자인 북한 군관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오발사고의 총격을 들은 김수혁 병장이 반공교육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면서 일어난 참극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20여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받아온 반공교육의 흔적이 한밤중에 터진 총성을 신호로 자기도 모르게 고스란히 되살아난 순간인 것. 이 비극은 50년 전, 베르사미의 아버지와 삼촌에게 일어났던 참혹한 과거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이데올로기가 다른 양 집단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형제간 비극. 이 두 가지 사건은 본 작품의 주제를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21세기 유일한 분단 국가의 본질적 고민
원작 소설 『DMZ』가 출판된 지 벌써 16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한지도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비극적 드라마가 현재까지 오페라, 뮤지컬 등의 새로운 장르로 계속해서 재탄생될 수 있는 것은 21세기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의 본질적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편의 미스터리이자 휴먼 코미디, 네 남자의 멜로드라마이자 한 이방인의 가족사이기도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병사간의 인간적 유대와 금기된 우정이라는 판타지와 함께 아버지 세대의 전쟁과 증오가 다음 세대에까지 여전히 이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사건에 연루된 네 명의 남북군인,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등 작품 속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평화’가 아닌 ‘휴전’의 상황에서 6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우리들 역시 쉽게 끊을 수 없는 역사의 고리에 묶여 있음을 상기시킨다.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 하면서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단국가, 그 안에 살고 있는 관객들은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누가’ 총을 쏘았는가 보다 ‘왜’ 총을 쏘았는가에 대한 진실을 알아채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는 암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 참혹한 역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따뜻한 핏줄’에 대한 ‘뜨거운 형제애’ 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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