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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부처의 가르침

청룡암 원영 스님 | 2023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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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지난달 27일 전국 사찰에서는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는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 일제히 봉축법요식을 개최했는데, 4년 만에 코로나 19의 제약을 받지 않는 형태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청룡암에서도 봉축법요식이 열렸으며, 오후에는 음악회도 성황리에 개최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 가운데 부처가 세상에 온 의미를 되새겼다. 본지에서는 조계종 직할 교구 공찰 청룡암의 주지 소임을 5년째 맡는 원영 스님을 만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부처의 가르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묵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1996년 4월 수계한 원영 스님은 조계종 교육아사리를 역임했으며 현재 청룡암 주지를 맡고 있다. 글 쓰고 방송하며 강의하는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하는 원영 스님은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비롯해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 『스님의 라이프 스타일』 등 11권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원영 스님은 여기에 더해 최근 열두 번째 책인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를 출간했으며, 그간에 없던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불교 교리를 담고 있는 불교 입문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원영 스님은 현재 BBC 불교방송 라디오의 주말 아침 프로그램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를 무려 10여 년째 진행 중이며, 인기 TV 프로그램 <원영 스님의 불교대백과>를 2년여 진행하며 불교에 관한 많은 것을 소개했다. 또한 8년째 중앙일보에 ‘원영 스님의 마음 읽기’ 칼럼을 게재 중인 원영 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고, ‘대승계와 남산율종’에 관한 연구로 일본 하나조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원영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상임 연구원, 교육위원을 역임한 한편 대중과 소통하며 강의와 다양한 저술 활동을 이어가는 등 청룡암의 주지로 도량을 돌보는 동시에 부처가 세상에 온 의미를 전하는 데 노력을 다하고 있다.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   

“부처님오신날은 말 그대로 부처님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날을 봉축하는 의미가 가장 크고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더 나아가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게끔 하는 날이기도 하죠.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나 자신의 깨달음에 한정되지 않고 중생을 제도하는 것으로 나아갔습니다. 즉,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어렵고 힘든 일을 겪는 이들을 제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존재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죠.”

흔히 부모들은 자식이 공부에 소홀하면 ‘공부해서 남 주냐?’라는 말을 하며 야단치곤 하지만 사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공부해서 남을 주기 위해서라고 원영 스님은 강조한다. 경제적·사회적·종교적 성공과 관계없이 남을 돕는 사람이 인생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사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부처가 세상에 온 의미라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5월은 일 년 중 불교에 관한 관심이 가장 커지는 시간이다. 원영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하루만큼은 나 자신은 물론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기를 바랐으며, 이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불교 공부를 가까이해 삶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너무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다 

삶에는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슬픈 상황이나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힘든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의지처를 찾게 되는데, 그때 가장 많이 찾는 것이 바로 종교다. 그중 신이라는 존재에 의지하기보다는 ‘열반’이라고 하는 평안한 상태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불교는 특히 힘든 일을 겪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위안이 된다고 원영 스님은 말했다. 

“불교의 가르침은 모든 존재의 고통을 소멸시키기 위한 가르침입니다. 보통 고통의 반대말로 즐거움을 떠올리곤 하는데 불교에서는 고통의 반대말을 평온함, 안정됨, 무탈함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기쁘고 행복했던 추억은 그 이후 내 삶에 찾아올 수 있는 고통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기쁜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고 괴로웠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상의 이치입니다. 무상은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 가르침에 근거하여 이야기하자면 기쁜 순간도 괴로웠던 순간도 지나갑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너무 기뻐할 것도 너무 괴롭워하고 슬퍼할 것도 없는 것이죠. 그러면 고통의 순간이 찾아와도 그 고통은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 이치를 바로 보게 만듦으로써 내 인생의 고통을 줄여줍니다. 이것이 불교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에게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를 알려준다는 데 있다. 또한, 불교는 그 이치를 바로 보는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그렇게 하면 자기 삶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가 나에게 기댈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내 자신이 어려운 사람에게 어깨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인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다 변한다는 이치를 이해하면 어떠한 고통과 기쁨에도 지나치게 괴로워하거나 기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청룡암 원영 스님. 많은 사람이 무상(無常)의 의미와 부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품고 여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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