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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기 없는 마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순환의 이치 | 2024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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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창작 신작 <전기 없는 마을>을 7월 11일부터 8월 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연출]을 통해 김연민 연출이 1년간 개발하여 선보이는 이 작품은, 과학 문명 그 후의 소멸해가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6년 한국연출가협회 신진연출가전 연출상, 2022년 젊은연출가상을 수상하며 <이카이노의 눈>, <능길삼촌>, <연꽃정원> 등 지역 및 공간이 가진 이야기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작업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공간’에 주목했다.

부여된 임무에 따라 소멸이 예상되는 마을의 전기망을 끊으러 다니는 첫 번째 이야기 속 재이와 이든.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충격적이게도, 자신들의 전기를 끊어버리라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두 번째 이야기 속 기준과 재하. 재하는 디지털 트윈에 이스터 에그로 만들어둔 인물이 허망하게 소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연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세 번째 이야기, 소멸 직전의 마을에 사는 영란과 그의 곁을 지키는 원식. 젊은 날에 자신의 아이를 잃어야 했던 영란은 그 아이의 커 가는 모습을 보고자 DNA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존재를 만든다. 영란의 역사와 상처에서 시작된 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갈까.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3개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며 마치 영화 <트루먼쇼>를 연상케 한다. 한때는 많은 사람이 오가며 융성했던 도시가 인구 감소로 소멸 직전의 시골이 되어버린 공간에서, 자연은 소리 없이 인간이 떠난 자리를 덮어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고, 모종의 이유로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이는 전기가 끊겨 마을에 남아 있던 기계들마저 사라지는 순간에도 떠날 생각이 없다.

맞물려 들어가는 3개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점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느끼며, 소멸은 ‘끝’이 아닌 연결과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대전제를 마주한다. 인간이 소멸한 도시는 문명의 이기가 없던 원시 자연의 상태로 착실하게 채워지고, 우주의 관점에서 그것은 순환의 이치인 것이다. 

극의 중심 서사를 이끄는 영란 역할에는 1981년 데뷔 후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굵직한 연극상을 꾸준히 수상하고 최근에는 <원더풀 월드>, <오징어게임 시즌2> 등 매체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애심 배우가 43년 연기 내공으로 열연한다. 

3년 연속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활동하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기도 한 중견 배우 윤성원과 <욘 John>, <컬렉션>, <굿닥터> 등 굵직한 연극 경력을 지닌 중견 배우 정원조가 무게감을 더한다. 국립극단 시즌단원 이다혜, 최하윤, 홍선우는 각자의 개성이 담긴 뚜렷한 색채로 인간 같은 비인간적 존재를 연기하며 다채로움을 더한다.

김연민 연출은 “<전기 없는 마을>은 ’전기가 사라지면 어떨까‘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전기저장기술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임에도 발전 속도가 더딜 만큼 쉽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전기가 권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전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일부 도시는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효율화를 위해 인구소멸 도시의 전기를 끊고 큰 도시에 모여 사는 가운데 여전히 ’전기 없는 마을‘에 남아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다.”라고 작품 배경을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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