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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물을 스칠 때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2025년 0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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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를 11월 1일부터 2025년 4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이강소는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전시명 “풍래수면시”는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마주침으로써 깨달음을 얻은 의식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송나라 성리학자 소옹(邵雍, 1011~1077년)의 시 ‘청야음(淸夜吟)’에서 따왔다. 이는 회화와 조각, 설치, 판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고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개념적 실험작업을 시도한 한국 대표 현대미술작가 이강소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고자 한다.

작가는 1970년대 신체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서울비엔날레, 에꼴드서울 등 당시 현대미술운동에 참가하며 실험미술작업을 시작하였으며, 1974-1979년까지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 동료 작가들과 함께 서구의 미술사와 다른 한국현대미술 고유의 철학적, 미술적 태도를 찾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디오, 판화, 영상 등으로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전복할 수 있는 매체 실험을 함께 진행하는 한편, 제9회 파리비엔날레(1975), 제2회 시드니비엔날레(1976), 제10회 도쿄국제판화비엔날레(1976), 제14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77) 등에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1980년대 이후에는 사유의 과정에 천착하며 회화작업에 몰두하였는데 끊임없이 변하는 대상의 속성과 이미지를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을 인식하여,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배제한 그리기 실험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1980년대 초 추상에서 시작하여 1980년대 후반 집, 배, 오리, 사슴의 등의 구상을 거쳐, 1990년대 이후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상상적 실재를 이야기하였고, 이는 2000년대 이후 글자와 추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한 작업 시리즈로 지속된다. 본 전시에 앞서 9월 2일부터 서울관의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서 주요 설치작품 4점을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전시는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 번째 질문은 창작자이자 세상을 만나는 주체로서 작가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이다. 전시는 비디오, 이벤트와 같은 새로운 매체뿐만 아니라 회화, 판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창작자로서 작가의 의도적 행위를 내려놓고, 새로운 감각과 경험의 가능성을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였던 작가의 궤적을 따라간다. 두 번째 질문은 작가와 관람객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이다.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의 <소멸-화랑 내 선술집>(1973)에서부터 시작한 객관적인 현실과 그 현실을 재현한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의심은 텍스트와 오브제, 이미지를 오가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방법론은 직설적이고 이론적인 개념의 관철이 아니라 참여자이자 관찰자인 감상자에게 다양한 인지의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단일한 세계가 아니라 멀티버스와 같이 무한히 뻗어 나가는 작품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경험과 기억 속에 단일한 진리는 없으며, 모든 것이 자신이 인식한 세상 속에서 가상의 시공간을 창조한다고 제안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과거이자 현재인 작업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국내외 관람객들이 작가가 평생 추구한 개념들을 시대와 매체, 표현에 따라 느껴보며 한국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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