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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

<강명희-방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 2025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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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강명희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강명희-방문>을 3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개최한다. <강명희-방문>은 1972년 한국을 떠나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해 온 한국 여성 작가 강명희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화업을 세 개의 세부 구성을 통해 선보이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주요 작품들을 망라한다.

본 전시는 2023년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김윤신 개인전에 이어 미발굴된 한국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난 강명희 작가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1972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한국 여성 작가로서는 드물게 1980년대에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활동이 드물었던 작가는 2007년 고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 거주하며 한라산, 황우치 해안, 대평 바다, 안덕계곡 등 작가가 방문했던 구체적인 장소와 자연에서 출발한 추상적 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본질, 그리고 존재와 자연과의 관계를 캔버스에 담아내며 독자적인 회화 영역을 구축한 강명희 작가의 시기별, 주제별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명 ‘방문’은 작가의 작품명에서 빌려온 제목으로 한곳에 완전히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며 작업한 작가의 유목적 태도와 일시적 만남에서 비롯한 예술적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명희-방문>의 세부 구성은 작가의 시공간적 경험과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크게 ‘서광동리에 살면서’, ‘방문’, ‘비원’이라는 세 파트로 이루어진다. ‘서광동리에 살면서’에서는 강명희가 2007년부터 제주도에 거주하며 제작한 비교적 최근의 작업과 제주를 중심으로 한 작가의 일상과 연결되는 회화를 소개한다. 이 파트에서는 제주에 자리 잡은 18여 년간의 삶과 예술을 함축적으로 선보인다.

‘방문’에서는 작가의 프랑스 생활과 해외 각지를 방문했던 여행에서 비롯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남미 파타고니아, 남극, 인도 등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장소로 홀연히 떠나 눈앞에서 본 생생한 풍광을 화면에 담았다. ‘비원’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1960-80년대에 제작된 작가의 초기작들로, 최근작에 비해 구상적 성격이 짙고 삶과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화하거나 서술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1972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그린 초기 작품에는 당시 한국의 상황과 작가의 기억이 반영되어 있다.

자연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현대 사회에서 강명희 작가의 작품은 예술의 힘으로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일견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세계 혹은 자연과의 치열한 대화의 산물이며 오랜 시간에 걸친 무수한 붓질로 이루어진 것이다. 거듭된 수행과 정화의 과정을 거친 작품은 땅의 역사와 기억, 파괴와 죽음, 생성과 소멸을 함축하고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강명희 작가의 회화를 감상하며 관객은 마치 경계 없는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작업적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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