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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현상에 대한 연민의 시각, 그리고 존재에 대한 물음

Wide Culture / Exhibition_ 감성원 작가 | 2013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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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구상에는 다차원의 세계가 공존한다. 호흡을 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역시 각각 나름의 차원을 획득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3차원 현상에 머물러 있다 보니 바라보는 시각 역시 3차원에 국한된다. 그리고 과학과 철학으로 인지되지 못하는 4차원 이상의 다차원을 신()의 세계라고 명명한다.
그럼 지구상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는 어느 세계에 속한 산물일까. 물론 3차원이다. 뚜렷한 현상과 실체가 입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학(自然學: physica)에서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해보면 형이상학적(形而上學: metaphysics) 관념이 내포되어 있어 3차원적 산물로만 여길 수 없다. 빛이 비춤으로 조명되는 여러 사물들, 그리고 그 이면의 그림자 역시 3차원적 부피와 질량을 가지고 있는 사물들을 투영해 각각의 실체를 증명하고 확정한다.
그중 인간의 삶과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재에 연민을 가지고 삶과 죽음, 실체와 허상, 존재와 부재 등 여러 가지 현상에 물음을 던지며 빛과 그림자를 조망하는 예술가가 있다. 그는 빛과 색으로 가득 차 있는 회화의 세계에서 형태와 화면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 미학적 깊이를 더하는 스테인드글라스 분야의 조형예술가 감성원(甘盛遠·42) 작가다.
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몽환적 풍경이다.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정형화 되지 않는 이미지 때문이다. 작업에 들어가면 빛을 캔버스 위에 조사(照射)하거나 라이트 박스로 투영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유리를 자르고, 부수고, 채색하고, 굽거나 목탄그림으로 빛을 가리면서 조형화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빛이라는 출발점보다는, 생각지 않았던 그림자 만들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빛의 조형화를 위한 단계일 뿐이지만 능동적으로 작용하는 매체로써 빛과 유리를 택한 내게 그림자는 빛과 공존하는 커다란 모순이다.”
 
회화에서 스테인드글라스로 확장하는 빛의 세계
지난 5월 서울 명동의 평화화랑에서 개최한 <나비의 길(Via Butterfly)>은 감성원 작가의 개인전으로는 여섯 번째다. 홍익대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후 줄곧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몰입해 왔다. 색채 유지(油脂)가 들어가지 않은 작업은 첫 전시 때와 같이 거의 변함이 없다.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 과정을 배우고 작품과 접목하면서도 빛을 가지고 작업하는 일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큰 변화가 있었다. 감성원 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나비의 비행과 추락을 목격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천착하게 된다. 바람 부는 대로 날아다니는 것이 나비의 숙명인 듯 여겨졌지만 다음 순간 풍향이 바뀌면서 기류를 타지 못한 나비가 추락해 땅바닥에 떨어져 퍼덕이는 것을 지켜보며 존재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은 예기치 못한 우연에서 비롯됨을 목격하며 나비의 길을 한 순간 한 순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연민을 가진 시각을, 명확지 않은 존재에 대한 물음을, 흔들리는 삶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작품을 구현하다보니 몽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접목해 빛을 투과함으로 색색의 형상으로 사물을 환원한다. 보통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적 기원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부담스런 재료다. 종교성이 강하고 역사적이며 절대적 가치가 부여된 특정 인물의 삶을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구현하기에 감성원 작가의 고민 역시 크다. 그럼에도 지금껏 일관성을 유지하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사고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말미암아 더욱 그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빛과 공간 그리고 색채에 자유로운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감성원 작가는 현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주제로 집필에 들어갔다.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며 샤갈의 흔적을 찾고 그의 작품들이 소장된 미술관과 성당, 오페라 하우스를 오가며 자료 수집을 마쳤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유학길에서 선택한 유리예술학교 CERFAV(Centre Europeen de Recherches et de Formation aux Arts Verriers)와 연계해 프랑스와 한국의 스테인드글라스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본래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평생을 떠돌며 스승 레온 박스트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1905년부터 30여 년간 프랑스 미술계를 이끈 에콜드파리(ecole de Paris)’ 화파에 속해 대표적인 작가로 활동했다. 회원 각자 화풍이 다른 외국인으로 구성된 까닭에 묘하게 형성된 낯선 기류로 단번에 주류화파로 발돋움했다.
그중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장식미술과 무대장치에도 능했던 스승의 영향을 받아 여러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나타냈다. 그는 1948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전()에서 판화상을 받았고 말년에는 프랑스 국민훈장을 받았다. 고향 친구이며 첫 번째 아내인 벨라가 죽은 후에도 40여 년간 회화 외에도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 무대장식, 오페라 하우스와 미술관 천정 등에 새로운 양식의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중 파리 오페라극장의 천장화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벽장식이 유명하다.
프랑스 유학 때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에 큰 감동을 받은 감성원 작가는 귀국 후 다양한 공간에 자신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한편 국내에 그와 같은 샤갈의 작품을 소개하는 일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대중의 인식 변화와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인지도를 폭넓게 구축하기 위함이다. 프랑스 유리예술학교 CERFAV(Centre Europeen de Recherches et de Formation aux Arts Verriers), 유네스코를 위한 루이 프랑스와 센터(Centre louis Francois pour UNESCO), 홍익대학교 회화과 등에서의 강의를 통해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왔던 그는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원에서 스테인드글라스 강의를 맡고 있고, 다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빛으로 공간을 그리는 작업은 개인에 소유되는 텍스트 덩어리나 이해해야 할 오브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열린 미술이 되기 위해서는 소유의 개념이 없는 작품 활동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감성원 작가는 빛으로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그 연장선상에서 스테인드글라스는 형식적 측면에 개인적인 서사 구조를 더해 특별한 상상력으로 대중에 선보인다. 1차원적 캔버스 공간 안에 국한된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3차원적 공간으로 옮겨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환경과 미술이 구분되는 개념에서 벗어나 같이 섞여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환경미술로 소통되기를 바라고 그러한 장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그 소통을 위해 감성원 작가는 오늘도 개인 작업 외에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문화기획 등에 참여해 열정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설명
 
 
1. 그림자처럼>, charcoal on cotton, light box, 124 x 160 x 23cm, 2008
2. 치마입기>, mixed media, 108(H) x 65(W)cm, 2011
3. , fused &enameled float glass, 41cm, 2013
4. , charcoal on paper, cotton, light box, objet, 90.5 x 43.5cm, 2011
5.천주교 솔뫼성지 김대건신부 기념성당 스테인드 글래스 부분, 2011
6. 거리>, fused &enameled float glass on canvas, 229 x 52.3 x 28.5cm, 2008
3. , fused &enameled float glass, 41cm, 2013
4. , charcoal on paper, cotton, light box, objet, 90.5 x 43.5cm, 2011
5.천주교 솔뫼성지 김대건신부 기념성당 스테인드 글래스 부분, 2011
6. 거리>, fused &enameled float glass on canvas, 229 x 52.3 x 28.5cm, 2008
2. 치마입기>, mixed media, 108(H) x 65(W)cm, 2011
3. , fused &enameled float glass, 41cm, 2013
4. , charcoal on paper, cotton, light box, objet, 90.5 x 43.5cm, 2011
5.천주교 솔뫼성지 김대건신부 기념성당 스테인드 글래스 부분, 2011
6. 거리>, fused &enameled float glass on canvas, 229 x 52.3 x 28.5cm, 2008
3. , fused &enameled float glass, 41cm, 2013
4. , charcoal on paper, cotton, light box, objet, 90.5 x 43.5cm, 2011
5.천주교 솔뫼성지 김대건신부 기념성당 스테인드 글래스 부분, 2011
6. 거리>, fused &enameled float glass on canvas, 229 x 52.3 x 28.5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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