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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한 장르, 한지그림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다

Wide Culture / Exhibition_조수정 (사)대한민국한지그림협회회장 | 2013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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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당연히 세계의 화두는 문화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문물을 익힌 사람들은 결코 서양의 문화가 동양을 앞서지 못하며 동양 문화의 다양성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래 전, 농경문화를 정착시킨 동양에서는 수렵과 채집을 병행하며 사람들이 실생활에 이용하기 편한 여러 가지 유용한 생필품을 제작해 왔다. 그로 인해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장인(匠人)이 배출되었고 그에 걸맞은 명품(名品)이 탄생됐다.
더욱 한국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란 지정학적 위치 속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유의 문화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잦은 외침과 호란으로 문화는 약탈당하고 전쟁의 참상 속에 파괴되어 원형을 복원하기 어려워졌다. 그중 조선종이로 일컬어지는 닥종이를 이용해 각종 공예품을 제작하는 한지문화가 그렇다.
1970년대 후반 일본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그곳에서 잠시 생활하던 ‘()대한민국한지그림협회(http://www.hanjigrim.com)’ 조수정(63) 회장은 한국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닥나무 껍질의 섬유 원료인 한지(韓紙)가 일본에서 열정적으로 연구되어 각종 공예품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일본은 환태평양 연안의 3,4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열도로써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화산폭발이 빈번해 매우 불안정한 기후와 지형을 형성하므로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웃나라를 침략해 빼앗아간 문화로 버젓이 일본판 한지공예시장을 형성하고 오랫동안 한지 예술 분야를 발전시킨 그들의 실상을 대하며 조수정 회장 역시 문화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36년 동안 생계를 위해 잇기 위해 장인의 길에서 벗어난 한지공예가와 한지 제작자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그 길을 잊고 살았는지.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조수정 회장은 앞으로 남은 생애를 한지 예술에 천착하리라 결심하게 된다. 은은하고 고아한 멋이 살아나는 닥나무 특유의 한지그림이 그의 손끝에서 현대인의 심미안(審美眼)을 자극하는 전통의 아름다움으로 부활하는 순간이다.
 
수정한지그림연구회를 시작으로 한지그림명칭 부여
 
국내에서 소실된 한지 예술을 복원하기 위해 일본에서 다시 배우기 시작한 조수정 회장은 1985년 귀국 후 처음으로 신세계 동방플라자 문화센터에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취미반과 지도자과정을 나눠 수많은 수강생을 배출해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160여 곳에 개설된 문화센터 강좌와 TV 방송 등을 통해 한지그림을 소개하는 한편 국내 저변 확대와 인지도 확산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수정한지그림연구회를 설립한다.
1990년대 초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아예 염색 기술까지 섭렵한 그는 국내로 돌아와 한지를 소재로 넥타이, 손수건, 스카프, 그림액자, 도자기, 브로치, 스탠드를 비롯한 생활용품과 회화와 병풍, 예단함 등 200여 종의 상품을 개발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취향에 맞게 고급화된 선물용 상품을 구비함으로 새로운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는 동안 대치동에 있던 수정한지그림갤러리를 분당으로 이전해 운영을 하다가 다시 지난 8월에는 증·개축을 마친 대치동 본 건물로 옮겨와 작품과 전시를 함께 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은 물론 옥상에 정원을 꾸며 한식 다과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열었다. 이를 통해 현대인의 생활에 근접한 한지의 활용도와 걸맞게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이와 같은 그의 활동은 한국인의 근성을 닮은 닥종이 재질의 질기고 오랜 수명을 신뢰하는 데서부터 기인한다. 본래 닥나무 껍질을 가공해 얻은 한지는 두껍고 다소 거친 촉감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질기고 오래 가는 수명은 보존이나 보관을 위한 문서나 물건을 담아두는 색실첩 등의 용기로 많이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한지는 손으로 찢어 송곳과 풀로 완성해 두껍거나 얇은 강약을 조절할 수 있음으로 인해 유화나 수채화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조수정 회장은 그러한 한지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켜 1986년 국내 최초로 한지그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의 섬세한 손 감각으로 작품을 구현하며 마치 붓으로 그려낸 것처럼 거칠고 화려한 유화적 특성과 잔잔하고 은은한 수채화적 특성을 골고루 살려 각종 작품을 선보인다. 더욱 콜라주 형식의 현대적 조형미가 살아 있는 그의 작품은 전통을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장인의 정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전통적인 소재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현해내는 반전의 미학을 통해 한국의 유구한 문화가 살아나게 한다.
 
한지그림문화타운 설립을 꿈꾸다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던 조수정 회장을 사회저명 인사로 자리매김한 한지그림과 한지공예는 지난 해 3‘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더욱 확고한 자리를 구축했다. 당시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부인들이 그의 갤러리를 방문해 한국의 명물이 된 한지그림과 한지공예로 도열된 그의 예술 세계에 찬사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실용성을 바탕으로 예술성까지 가미된 조 회장의 작품들은 외국인의 시각에 동양의 환상을 보는듯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시회백악관 광장에서 열린 전시회는 국내를 벗어나 다국적 국민이 거주하는 해외에서 한국 고유의 전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오천년 문화에서 우러나는 저력과 꼼꼼하고 섬세한 한국인의 손길이 의학과 과학을 비롯한 전 방위적 예술에서 충분히 발휘되고 있음을 입증시키는 순간이었다.
이를 통해 조수정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국내 울타리에 머물러 있던 우물 안 개구리적 발상을 벗어나 민간 외교사절단을 표방해 대내외적으로 한지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적극 발 벗고 나서기로 결심했다. 개인적 예술의 완성을 넘어서 이제는 국가적 차원의 예술을 널리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시킨다는 자세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열정적인 자세를 재정립한 조 회장은 꿈의 청사진을 준비하며 가깝게는 서울 근교에 한지그림을 포함해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줄 한지그림문화타운을 조성하고, 멀게는 해외 전시회를 여러 나라에 개최해 한지그림과 한지공예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그는 영어를 비롯한 중국어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의 일을 인정받기 위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존의 원칙 아래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을 직접 담아 음식을 준비하던 그가 옥상 정원에서는 전통차와 다식, 다과로 방문객의 마음을 사고, 이제는 세계에서 몰려올 외국인을 위해 원활한 소통을 돕는 언어로 친근함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를 위해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는 조수정 회장의 발걸음은 과거 문풍지나 창호지에 각인된 국화 꽃잎과 대나무 잎의 소박함에서 진일보해 동양적 신비감을 한껏 살려주는 한지그림과 한지공예로 새로운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보편적인 철학 아래 조수정 회장의 신념이 이루어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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