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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를 꿈꾸는 외산 김기봉 작가

외산 김기봉 작가 | 2026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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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는 단순히 그림의 기교보다 화가의 인품, 학문, 정신세계 등을 담아내는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산 김기봉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서예 운필의 맛을 살린 자유로운 조형적 즐거움을 추구하며 한국문인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본지에서는 ‘다른 해가 꾸는 꿈’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오늘날 문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 중인 김기봉 작가를 인터뷰했다. 

김기봉 작가의 호인 외산은 고향을 의미한다. 충청남도 부여 외산면에서 태어난 김기봉 작가는 열아홉 살에 상경하여 본격적인 미술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데, 바위 위에 앉아 공상에 잠기던 기억, 회오리바람 속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는 듯한 환상 등 유년 시절의 추억을 자양분 삼아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어느새 한국 문인화단에서 손꼽히는 중진 화가로 명성을 높이는 김기봉 작가는 한국문인화의 전통적 정신과 수묵의 운치를 중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사군자와 자연을 소재로 한 수묵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김기봉 작가는 지난 200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특선을 받은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전남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단원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개인전 4회 및 다수 단체전에 참가하며 수많은 관람객과 소통에 나서고 있으며, 경기 하남과 수원에서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문인화분과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기봉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원, 일월서단회원, 동풍회원, 문인화 연구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최근 스포츠조선에서 주최하는 ‘자랑스러운 베스트 리더 &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다른 해가 꾸는 꿈’ 시리즈 선봬

“저는 다른 ‘해’를 꿈꾸었습니다. 그 ‘해’는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다의적입니다. 어쩌면 허공을 물인 양 헤엄치는 물고기일지, 날아가는 물고기의 비늘에서 뚝 떨어지는 한 방울 물일지 모릅니다. 저는 아직 그 ‘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 안의 타자가 생산한 그것이 지금이라도 불쑥 제 앞에 나타난다면 저는 알아보기나 할 수 있을까요. 저의 그림은 저의 조건 너머에서 저를 부르는 의지이자 저를 일으켜 세우는 동기이며 삶의 동력입니다.”

김기봉 작가의 문인화는 여느 문인화와는 다른 묵향과 정서적 특징을 보인다. 이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뿌리로 한 자연을 기반으로 하되 단순 재현을 넘어 내면의 세계를 투영하는 김기봉 작가의 작업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그가 천착 중인 시리즈는 바로 ‘다른 해가 꾸는 꿈’ 연작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기봉 작가의 작품 속 ‘해’는 단순 자연물이 아니다. 그의 작품 속에 뜬 해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존재의 의미가 켜켜이 쌓인 상징이기도,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물고기이기도, 그 비늘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이기도 하다. 김기봉 작가의 말처럼 ‘다른 해가 꾸는 꿈’ 시리즈 속 해는 다의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기봉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소재는 ‘물고기’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물고기는 작가 내면에서 생성된 상상의 산물이자, 유년의 기억이 응축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즉, 작품 속 물고기 자체가 곧 김기봉 작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듯 김기봉 작가의 ‘다른 해가 꾸는 꿈’ 시리즈는 그저 전통의 답습이 아닌, 기억과 상상, 자연과 내면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문인화의 언어라 할 만하다. 이에 대해 동양미학을 전공한 안영길 박사는 “김기봉 작가의 작품은 더욱 정직하고 진지한 자기 존재의 확인으로 고독한 자유를 꿈꾸는 한 마리 외로운 새의 모습이나 자유롭게 헤엄치는 오방색 물고기의 모습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유년의 세계로 관람객을 인도한다.”라면서 “문인화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현대적 감각이 잘 표현된 김기봉 작가의 작품이 침체에 빠진 한국 문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호평했다.


재료에 관한 탐구로 깊이감 더해 

“동양화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사군자로 기틀을 잡고 가야 하는데, 기본을 다지는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추상 쪽으로 방향을 트는 작가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밀도 있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추상을 한다는 것은 붕 떠 있는 그림만 그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문인화야말로 오랫동안 노력하며 임하다 보면 아름다운 필선이 나오는데 요즘 작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전통을 중요시하면서 각자의 예술 언어로 이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기봉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틀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일환에서 그는 재료에 관한 탐구와 변화를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김기봉 작가는 최근 중국의 갈대숲에서 뜬 홍선지와 국내 한지, 삼베 종이를 활용하여 수차례 먹을 얹고 있다. 이를 통해 김기봉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새 가능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작품에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먹을 직접 갈아 하루를 재운 후 이용하는 김기봉 작가의 작업 방식은 묵의 농도와 무게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화면에 여백의 미를 안긴다. 앞으로도 김기봉 작가는 전통적 형식을 지키면서도 일반 대중과 교감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문인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롭지만 외로운 길로 계속 나아갈 것

“제가 생각하는 문인화는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격 있는 그림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격 있는 선은 수없이 붓을 들고 긋는 과정 끝에 탄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남, 수원, 부산 등을 오가며 만나는 제자들에게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필선 하나를 위해 길게는 몇 달을 반복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명료합니다. 기초가 없으면 모든 것은 결국에는 무너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초를 다지는 동시에 지속해서 꿈을 꾸는 과정이 병행된다면 그 누구라도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작가로서 산다는 것은 외로움과 사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김기봉 작가는 외롭지만, 이 외로운 길로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꿈을 꾸어야 하고, 그 역시 이 순간에도 계속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해가 꾸는 꿈’을 주제로 한 작업에 천착함으로써 머지않은 시기에 자신의 5번째 개인전을 인사동에서 개최할 계획을 밝힌 김기봉 작가. 그럼으로써 김기봉 작가가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해를 마주하는 한편 한국문인화의 지형을 넓혀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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